[시론] 쌀밥, 당뇨병 주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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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열
당뇨병은 국민 건강에 치명적인 요인이 되며 사회적 비용의 증가와 더불어 국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큰 성인병 질환으로서 '당뇨 대란'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와 관련,최근 일부 언론에서 당뇨에 관한 보도를 다루면서 당뇨와 탄수화물의 관계를 당뇨와 쌀밥 식사로 잘못 연결시킴으로써 국민에게 커다란 오해를 불러일으켜 우려를 낳고 있다.
보도에서는 탄수화물의 과다 섭취가 당뇨의 주요 원인이고 밥이 탄수화물 과다 섭취의 주범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열량 섭취 구성에 있어서 탄수화물:단백질:지질의 비율이 65:15:20의 수준을 유지할 때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
국민영양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3대 주요 영양소 섭취비율 중 단백질과 지방의 열량구성비는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당질의 구성비는 감소하는 추세다.
곡류에 의한 에너지 섭취 비율은 1980년 77.4%에서 1998년에는 58.5%로 감소했다.
감소한 자리를 지방이 차지했다.
즉 섭취 에너지 중 탄수화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80년대 이전에는 70%를 넘었으나 90년대 중반에 들어서는 오히려 적정 비율인 65%보다도 낮아지면서 지방 섭취비율은 높아져 각종 성인병을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 예방을 위해서는 밥 위주의 식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해석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밥을 비롯한 곡류 섭취의 지나친 감소는 상대적으로 지방 섭취의 증가를 가중시킨다.
당뇨병 예방엔 무엇보다 탄수화물의 올바른 섭취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일정 시간 혈당량과 인슐린 분비량이 증가한 후 다시 감소해 공복 상태의 일정 농도를 유지한다.
이 때 증가 패턴이 너무 급격하면 당뇨병 환자의 경우 증세를 악화시키며 건강한 사람도 체내에 나쁜 영향을 가져온다.
당뇨병 환자에게 쌀밥과 감자,식빵을 각각 먹게 한 뒤 혈당 및 인슐린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 결과가 있다.
쌀밥을 섭취한 경우는 식빵 감자에 비해 인슐린 분비가 훨씬 낮게 나타났으며 혈당도 낮게 나타났다.
또 건강한 성인에게 감자 식빵 옥수수를 섭취시킨 후 혈당 및 인슐린 반응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감자 식빵 옥수수는 급격한 증가를 보이는 반면 쌀밥은 완만한 증가를 보였다.
그리고 쌀의 섭취 형태에 따라서도 혈당량 및 인슐린 분비량이 달라진다.
쌀을 죽의 형태와 밥의 형태로 섭취하고 식후 혈당량과 인슐린 분비량의 양상을 비교하면 밥의 경우가 죽의 경우에 비하여 혈당량과 인슐린 분비량이 훨씬 낮게 나타나고 죽이나 떡 형태보다는 밥의 형태가 혈당량의 급격한 증가와 인슐린 분비를 억제한다.
따라서 밥을 통한 탄수화물 섭취가 당뇨병 대응에 보다 적절하다.
이같이 밥은 밀가루 중심의 분식이나 빵,과자,패스트푸드에 비해 식후 혈당 및 인슐린 분비 조절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밥을 중심으로 한 우리의 식생활에서 밥은 김치와 된장국은 물론 생선 육제품과도 잘 어울리는 등 어떠한 형태의 반찬과도 잘 어울리므로 여러가지 식단을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각 식품에서 부족한 영양소를 상호 보완할 수 있어 균형잡힌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서구식 식생활은 식이섬유가 적고 지방과 콜레스테롤,설탕의 섭취량이 높아 순환계 질환과 암 당뇨병 등 성인병 발병률을 높인다는 게 역학 조사에 의해 증명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쌀밥 중심의 전통 식단에 의한 균형건강식과 적당한 운동이 당뇨 예방의 지름길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국민 식생활에서 지방과 콜레스테롤,설탕 섭취량을 줄이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쌀밥 생선 채소 등으로 이뤄진 밥 중심 식사가 일부 계층에서 건강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선진국과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성인병의 위험이 낮은 밥 중심의 전통 식생활을 보존하고 발전시켜가야 한다.
매일 적절한 운동으로 육체 활동량을 늘리는 일도 병행하면 당뇨병 없는 건강사회를 앞당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