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더블딥은 없다고?

지난 21일 오후 이건혁 재정경제부 거시경제팀장이 예고 없이 기자실에 들렀다. 언론이 올들어 나타난 경기회복세가 다시 꺾이는 '더블딥'(일시 경기회복후 재침체) 가능성을 제기한 데 대해 해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우리 경제가 더블딥을 걱정할 만큼 나쁘지 않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달 들어서도 호조를 보이고 있는 수출과 소비 등 내수지표들을 들며 "최근 경기회복 기대감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경제계가 걱정하고 있는 국제유가 급등에 대해선 "원·달러 환율하락이 충격을 흡수해 국내 기름값 인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며 "언론의 더블딥 우려는 과잉반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자는 재경부의 해명이 오히려 과잉반응이란 생각이다. 언론이 더블딥 가능성을 거론한 건 국제유가 급등과 불안한 주가 등이 모처럼 살아난 경기불씨를 꺼트릴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여기엔 정부가 좀더 면밀한 분석과 적극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담겨 있다. 더블딥 가능성에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국제유가를 환율이 상쇄하고 있다지만,그 효과는 이미 끝난지 오래다. 정부의 환율방어로 지난달 말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천원선에서 하락을 멈춰 이젠 국제유가 상승분이 고스란히 국내 기름값 인상으로 전가되고 있다. 기름값 인상은 소비를 위축시키고 기업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등 내수와 수출에 모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물론 더블딥 보도가 국민들의 소비심리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경기가 국민들의 심리만으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정책 당국이 앞으로 닥칠지 모를 최악의 시나리오를 갖고 선제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작년 이맘 때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자 재경부의 한 당국자는 "경기가 입춘을 지나 봄기운이 완연하다"고 단언했었다. 그러나 이내 경기는 다시 하강하는 '더블딥'을 경험했다. 그 기억을 벌써 잊지는 않았을 것이다. 차병석 경제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