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오토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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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에서 왔다갔다하자면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자동차 사이를 곡예하듯 지그재그로 질주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오토바이는 등록된 것만 1천2백만대 이상.주요 교통수단인 만큼 남녀 모두 돈을 벌면 오토바이부터 장만하는 결과다.
우리나라에도 근래 오토바이가 부쩍 많아졌다.
인터넷 쇼핑 등 전자상거래와 TV홈쇼핑 증가로 인해 택배가 폭증한 데다 주5일제 근무에 따른 레저용 수요가 늘어난 까닭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오토바이 택배업체 1천여곳,종사자 1만5천∼2만명,1일 운송량 18만건,연간 시장규모 7천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토바이는 오토바이시클의 약자.국내 도로교통법상 명칭은 모터사이클이다.
자동차보다 늦은 1900년 전후 실용화됐지만 2차 대전 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자동차와는 또 다른 시장을 형성한 데 이어 아시아 시장의 확대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같은 교통수단이지만 개발도상국에선 생계용,선진국에선 레포츠용으로 널리 쓰인다.
할리 데이비슨의 시가총액이 제너럴 모터스(GM)를 앞섰다는 소식이다.
할리 데이비슨은 1907년 윌리엄 할리와 아더 데이비슨이 설립한 업체.70년대 중반 일제에 밀려 75%이던 시장점유율이 25%로 떨어지고 80년대 초 부도 위기에까지 몰렸다 비핵심사업 정리와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회생한 것으로 유명하다.
오토바이의 좋은 점은 많다.
막히는 길,좁은 길,험한 길도 자유롭게 다니고 웬만한 장애물도 건너뛸 수 있다.
속도감과 모험심을 즐기는 이들에게 사랑받고 택배 수단으로 환영받는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어디로라도 간다' 식이다 보니 보도 위로 달리거나 자동차 앞으로 갑자기 끼여들어 자동차와 사람 모두 위협하는 일도 다반사다.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 '오토바이 아저씨,제발 천천히 다니세요'라는 플래카드가 걸리거나 대학 구내 진입금지 논란이 생겨났을 정도다.
오토바이 증가는 뒤바뀌기 힘든 대세로 보이는 만큼 이용자들의 질서의식 확충과 현실적인 법 개정 등이 시급하다 싶다.
비싼 건 수입품,싼 건 중국산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는 국내 업체의 경쟁력 강화책도 나와야겠고.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