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서비스' 경쟁력을 키우자] (4) 성냥갑 도시…'어메니티' 키우자

"빌딩으로만 채워진 콘크리트 시티"(피터 넬슨 중앙대 영어교육학과 교수),"한국 전통이미지를 찾을수 없는 무채색 도시"(스티브 맥케니 멕케니컨설팅 대표),"걷고싶은 마음이 생기지않는 도심"(주한미국상공회의소 J이사). "21세기 동북아 경제중심(허브)"을 모토로 내 건 한국의 수도 서울에 대한 외국인들의 이미지다. 런던 파리 뉴욕 도쿄 싱가포르등 외국자본과 우수인재들이 모이는 글로벌도시들이 저마다 산업적인 특성을 갖고있지만 공통점은 "어메니티(도시매력)가 뛰어나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의 도시들은 어떤가. 도시민들의 피부에 가장 먼저 와닿는 '어메니티'의 상징인 녹지공간부터 너무 부족하다 영국계 컨설팅 회사의 서울지사 사장인 존톤씨(49)는 "영국의 경우 제조업 기반이 상당히 취약하지만 런던을 비롯한 도시공간의 매력 덕분에 외자와 고급인력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현재 한국의 도시수준으론 글로벌 허브는 솔직히 과욕인 것같다"고 말했다. 캐나다 식품회사 한국지사장 숀 밀러씨는 "사무실빌딩같은 삭막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10억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어있다는 얘기를 듣고 괴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에서 가장 낫다는 서울의 어메니티를 보자.동네 공원이나 도심의 산책로 등 생활권 공원면적은 1명당 4.6㎡(작년말 현재)에 그치고 있다. 이는 미국 뉴욕(10.3㎡)의 절반, 런던(24.2㎡)과 독일 베를린(24.5㎡)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흔히 일본 도쿄가 서울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도쿄를 아는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10년 가까이 생활했던 건국대 박종관 교수(지리학과)는 "런던의 하이드 파크처럼 세계적인 명소로 꼽을 만한 매력공간은 아니지만 도쿄엔 동네마다 걸어서 5~10분 거리권에 걷고 싶은 산책로나 아기자기한 소규모 공원들이 즐비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이웃 일본은 경관이 좋은 곳에 공원을 조성해온데 반해 우리는 지금도 초고층 아파트를 짓고 있는 현실"이라면서 "청계천이 복원되고 용산 미8군 자리에 공원이 조성되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이 선진국 도시들은 고사하고 쿠알라룸푸르나 방콕같은 동남아 도시들에도 매력면에서 뒤떨어진다고 말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동남아에서 5년간 영어강사 생활을 했던 영국인 리처드 볼튼씨(41)는 "동남아도시들은 지하철 등 기능면에선 서울보다 못할지 모르지만 자연과 전통이 살아 숨쉬는 매력이 있다"면서 "서울은 고도라고 하지만 외국인 눈에는 '6백년 된 신도시'로 비쳐진다"고 말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최근 서울과 뉴욕 도쿄 베이징 베를린 파리 런던 등 세계 대도시들의 문화시설(개수) 현황을 비교분석해본 결과,서울의 연극공연장 수는 18위,박물관 수는 26위,미술관 수는 12위에 머물렀다. 라도삼 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뮤지컬이나 전시회 등이 부정기적으로 열리는데다 영어 자막도 드물어 외국인의 문화 소외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한 외국인들이 느끼는 '서울 생활의 만족도'는 경쟁 도시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다. 스위스의 컨설팅업체인 머서휴먼리소스컨설팅(MHRC)이 최근 전세계 2백15개 도시를 대상으로 분석한 '2004년 살기좋은 도시' 보고서에서 서울은 90위에 머물렀다. 공동 33위에 랭크된 도쿄와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홍콩(70위) 타이베이(80위)에도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홍콩무역관에서 근무한 한상권 KOTRA 차장은 "미국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1백대 기업의 동아시아 지역본부를 가장 많이 유치한 홍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차장은 "집에서 걸어서도 갈수 있는 2~4시간 정도의 야산 하이킹코스가 거미줄처럼 만들어져 있고 야산과 바닷가 곳곳에 바비큐 시설이 있어 입맛에 맞게 휴식을 즐길수 있다"고 전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