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소봉대가 영어로 뭐죠"…LG전자, 면접 가이드북 발간

① "생각한 후에 뛰는 것과 뛰면서 생각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봅니까"(실행력 측정)


②"장희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독한 근성 측정)
③"정답이 "인터넷"이 되는 질문들을 1분내에 가능한 많이 만들어 보십시오"(스마트함 측정)


④"휴대폰의 개념을 모르는 아프리카 사람에게 영어로 휴대폰을 설명해보십시오"(영어 능력 측정)

앞으로 LG전자에 대졸 이상 신입·경력 사원으로 입사지원서를 낸 응시자들은 면접 때 이같은 유형의 질문을 받게 된다.


28일 LG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6개월 동안 김명소 호서대 산업심리학과 교수와 함께 진행했던 '면접 가이드북' 개발을 끝마치고 최근 면접위원들에게 책자를 배포했다.


면접 때 던질 질문에서부터 응시자의 답변에 대한 평가까지 면접의 모든 프로세스를 정형화한 면접 가이드북을 만든 것.

LG전자 관계자는 "면접위원의 개인적 성향에 따라 제각각이었던 평가 기준을 일치시키고 면접위원의 직관적 판단을 최대한 배제해 면접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취지에서 가이드북을 제작했다"며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실시되는 LG전자의 모든 신입·경력사원 면접은 가이드북에 나온 대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앞으로 LG전자의 채용 면접은 4명의 면접위원(부장급 이상)이 1∼2명의 응시자를 대상으로 45분에 걸쳐 집중적으로 질문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15분간 이어지는 '인성 파악' 면접은 응시자가 LG전자가 원하는 인재상인 '바람직한 인재(Right People)'에 부합되는지를 파악하는 단계.응시자가 △강한 실행력을 가졌는지 △독한 근성을 지녔는지 △두뇌 회전이 빠른지를 측정하기 위한 질문들이 쏟아진다.


"입사 후 상사가 1년 넘게 계속 단순한 일만 시키면 어떻게 하겠느냐" "아버지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상황과 불효자 소리를 들어도 거역해야 할 상황을 설명하라" "아버지의 첫 기일과 중요한 업무회의가 겹치면 어디에 가겠느냐" "돈을 빌려간 친구에게 돈 갚으라는 말을 안 하고도 받아낼 수 있느냐"는 식이다.


입바른 소리를 하거나 거짓말을 했다간 곧바로 들통난다.


LG전자가 이번에 개발해 가이드북에 담은 '탐침 질문' 기법 때문이다.


교묘한 질문들을 동원해 응시자가 내놓은 답변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다 보면 진위 여부가 가려진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2단계인 '직무능력 검증' 절차는 응시자가 직무와 관련된 문제를 얼마나 효율적이고 설득력 있게 풀어가는지 검증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3단계는 영어 테스트.영어에 자신 있는 사람들조차 쩔쩔 맬 정도로 까다롭다.


예컨대 "오비이락,조삼모사,침소봉대,진퇴양난을 영어로 설명해 보시오" "mental,composite,expressive,strategy,enhance 가운데 4개 단어를 이용해 문장을 만들어 보시오" "한류 열풍에 대해 외국인에게 영어로 설명해 보시오" "LG전자 미주법인 직원에게 한국과 일본 문화를 비교 설명해 보시오" 등이 질문으로 나온다.


3단계 검증작업이 끝나면 면접위원들은 가이드북에 나온 평가 항목에 따라 응시자들의 최종 면접 점수를 결정,합격 여부를 가린다.
LG전자 관계자는 "면접 질문은 김쌍수 부회장이 강조하는 'Right People'을 가려내는 데 포커스를 맞춰 개발했다"며 "질문의 큰 줄기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세부적인 문항은 분기마다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