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서비스' 경쟁력을 키우자] '글로벌 도시' 만들려면

[ 김석철 명지대 건축대학장 기고 ] 글로벌 시티는 세계 도시를 말한다. 세계 도시는 뉴욕 도쿄 런던 정도다. 파리 베이징 로스앤젤레스도 세계 도시는 아니다. 그들 도시는 특정 분야에서의 세계 도시다. 한국 도시 중 글로벌 도시경쟁력을 가진 도시는 아직 없다. 한국의 도시가 글로벌 도시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농경 사회에서 도시는 특정 지역의 중심이었지만 세계화가 지구 전역으로 확대되고 물류와 시장의 국경이 무너지면서 국가 경쟁력보다 도시 경쟁력이 우선시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화 사회로 이전하면서 국가보다 도시가 교역과 교류의 중심이 되고 세계가 몇 개의 경제블록으로 재편되면서 국가의 장벽이 무너지고 도시가 세계 경제의 기본 단위가 되었다. 세계 시장에서 자신의 입장을 세우지 못하는 도시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도시에 종속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식민국가가 아닌 식민도시가 생기게 된 것이다. 산업사회에서 공단 제조업과 대도시 서비스산업이 두 주축이던 도시 경제가 창조적 신산업의 등장으로 전환의 계기를 맞고 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전환기였던 1백년 전 국가 경쟁력을 잃어 일본에 종속되었듯이 도시가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된 이 때 글로벌 도시경쟁력을 잃으면 한반도의 도시가 식민도시가 되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서울은 아직 세계 도시가 아니고 세계 경쟁력을 가진 도시도 아니다. 서울의 경쟁력은 국가의 인력과 금융과 정보가 한곳에 모인 일극 집중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어서 한계에 부딪쳐 있으며 세계 경쟁력을 가진 포항 울산 구미 등의 제조업과 부산의 물류도 모도시들이 글로벌 도시경쟁력을 갖지 못하여 정체되고 있다. 서울 만한 산업 물량이 있는 도시가 세계적으로 몇 안되지만 서울은 세계화를 이루지 못하여 뉴욕 런던 도쿄가 가진 글로벌 스케일을 전혀 갖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행정수도와 공공기관을 옮겨 서울의 과밀과 비효율을 해결하는 일이 아니라 서울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게 하는 일이다. 한 도시의 글로벌 경쟁력은 세계화된 특별도시 구역에 있다. 뉴욕의 세계 경쟁력은 맨해튼,런던의 글로벌 스케일은 더 시티(The city)와 웨스트엔드에 있다. 서울에는 세계를 상대로 하는 세계화 도시구역이 없다. 사대문 안 서울과 여의도는 한반도의 경제 중심일 뿐 동북아의 중심도 세계의 중심도 아니다. 세계화 도시구역은 월가처럼 인구와 정보와 자본이 세계를 상대로 집중하는 곳이라야 하고 타임스퀘어같이 전세계인을 상대로 하는 세계화 도시구역이라야 한다. 사대문 안 서울과 신용산을 한 축으로 묶어 한강을 중심으로 여의도와 난지도로 이어지는 맨해튼 만한 세계화 도시구역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강북 개발같이 사방에 불을 지피는 부동산 개발이 아니라 한강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세계화 도시구역을 만드는 일이 시작되어야 한다. 포항의 철강,울산의 자동차와 조선,구미의 전자는 세계 최강이지만 포항과 울산과 구미는 아직 변방의 도시다. 포항 울산 구미를 대구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도시 연합으로 키워야 한다.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의 이원 구도인 도시의 상부구조를 창조적 신산업을 포함한 삼원 구도의 하드웨어로 재편해야 글로벌 도시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제조업은 수출을 통해 세계를 상대할 뿐이며 서비스산업은 내수만의 세계다. 도시의 세계화는 세계와 교감하는 창조적 신산업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서울의 세계화,지방권의 자립화를 이루려면 창조적 도시산업과 기존 제조업?서비스업의 산업 클러스터를 함께 조직하여 세계적 도시경쟁력을 갖게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서울의 일번가로인 한강에 세계를 상대로 하는 세계화 특별도시구역을 만들고 지방권도 세계 경쟁력이 있는 기존 산업클러스터를 통합 신도시를 중심으로 도시연합으로 재조직하여 서울·수도권과 경쟁할 만한 어번(urban) 클러스터로 만들어야 한다. 서울·수도권의 세계화는 세계화 도시구역의 창출을 통해 만들어내고 지방분권 지방자립은 기존 산업클러스터와 도시연합을 다음 단계인 어번 클러스터로 전환케 하는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이루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21세기 한반도의 도시들은 글로벌 도시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