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ㆍ칠레 FTA 1년] 산티아고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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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만큼 수입품간 경쟁이 치열한 시장도 없다.
거의 완전 개방된 시장이다.
자동차는 1백% 수입이다.
금액으로 보면 일본이 1위 수출국이다.
도요타의 1500cc 야리스(YARIS)가 2002년만해도 한달에 2백대 밖에 팔리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6백대 이상 팔린다.
그만큼 도요타 닛산등 일본차들의 최근 칠레 시장 공략은 무섭다.
이런 칠레시장에서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는 한국 기업들을 성가시게 했던 작은 혹 하나를 떼어낸것이다.
시장점유율 3위인 한국이 FTA를 맺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힘겨운 싸움을 할 뻔했다.
지금도 버겁지만 그래도 FTA덕에 마케팅을 강화할 여력이 생겼다.
기아자동차 칠레 판매법인 디아사는 예전 한달에 한번 하던 광고를 두번 할 수 있게 됐다.
6%의 관세 철폐분을 그렇게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 강화로 한국차에 대한 이미지도 많이 좋아졌다.
산티아고시 메리어트 호텔이 운영 중인 호텔전용택시 26대는 1백% 한국차다.
기사 로드리고씨는 "가격이 적절하고 품질도 좋다"고 말했다.
중소형 TV를 파는 대우전자도 한국산 브랜드 이미지 덕에 많은 혜택을 봤다.
대우는 중국과 멕시코에서 들여와 팔던 TV를 모두 'Made in Korea'로 바꿨다.
관세철폐 혜택도 받고 한국에 대한 인식과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해서 였다.
그로인해 판매가 30% 이상 늘었다.
김원식 이사는 "사물놀이나 태권도 시범같은 각종 행사로 한국의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작년 8월 칠레의 두 대학에 한국어 강좌도 개설됐다.
FTA와 관계없이 수출을 잘 하는 회사도 있다.
LG전자의 지난해 판매는 1억달러를 넘었다.
이중 관세철폐 효과를 본 것은 고작해야 15% 정도다.
냉장고와 세탁기는 칠레 현지 제조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됐고 나머지 제품도 중국 인도네시아 멕시코에서 들여와 관세상의 추가 혜택이 없다.
그런데도 판매가 늘어난 것은 작년부터 판매 에이전트를 현지법인으로 바꿔 영업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KOTRA의 구자경 산티아고 무역관장은 "칠레는 수입품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일종의 테스트 시장"이라며 "이곳에서 성공하면 남미 어느 나라에서나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칠레를 FTA의 연습 상대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FTA의 궁극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아직 멀었다"고 지적했다.
신장범 주칠레 한국 대사는 FTA 효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진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대사는 "대기업 수출품이 주종을 이루는 현재의 수출 구조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시장다변화를 위해서는 중소기업들의 수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단체들에 중소기업 진출을 위한 전문화된 시장 조사단 파견을 촉구했지만 움직임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교역 외에도 투자를 늘리고 남미 시장을 선점하는 계기로 삼아아 한다는 주장도 많다.
칠레가 인구 1천5백만명 밖에 안되는 작은 시장이어서 투자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규모로는 중소기업,대규모로는 자원개발투자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농수산물 수입확대에 대한 우려를 씻고 FTA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것도 현재 추진 중인 FTA 협상을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일수출협회의 로날드 보운 회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한겨울에도 신선한 포도를 먹을 수 있게 됐다"며 "그런 보완관계속에서 소비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수출을 늘리려 한다"고 말했다.
산티아고(칠레)=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