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낙마평부터 검증해야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의 사표가 수리되자 정치권 등에서는 벌써부터 후임 장관에 대한 하마평(下馬評)이 무성하다. 하지만 수장을 잃은 건교부는 초상집 분위기다. 건교부 직원들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다. 지난 16개월 동안 환갑이 훨씬 넘은 노구(老軀)를 이끌고 쉴새 없이 달려온 장관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첫번째다. 그도 그럴 것이 신행정수도와 행정도시,공공기관 지방이전,기업도시,수도권발전대책 등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대부분을 입안·집행해온 데다 고질적인 집값문제,대형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바닷모래와 공인중개사 시험파동까지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청와대 업무보고 직후 계속됐던 새벽·심야방송 출연이라도 만류했었다면 모세혈관이 막히는 초기 뇌졸중 증세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참모진의 말에도 짙은 안타까움이 배어있다. 또 하나는 강 장관의 '낙마평(落馬評)'에 대한 서운함이다. 병가(病暇) 기간 중 제기된 부동산 투기 연루설과 인사청탁 의혹설을 지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건교부 직원들의 심정이다. 사실 하마평과 낙마평은 둘 다 '아니면 말고'식의 소문이 상당수다. 그러나 하마평은 자가발전식 등용문(登龍門) 역할까지 하는 반면 낙마평은 당사자나 조직에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르다. 더욱이 수십년간 다양한 검증을 받아가며 국가대사를 맡아온 동량(棟梁)을 불명예 퇴진시키는 낙마평은 한 개인의 '살아온 인생'을 짓밟아버린다는 점에서 잔혹하기까지 하다. 강 장관의 중도사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낙마평은 어느새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다. 그렇더라도 정부가 마련키로 한 인사검증 시스템에는 하마평 솎아내기 외에 낙마평 검증·관리방안까지 담겨져야 한다. 강 장관의 경우도 본인 말대로 낙마평에 밀려서가 아니라 '초기 뇌졸중 증세' 때문에 스스로 물러난 것이기를 바랄 뿐이다. 강황식 건설부동산부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