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물고기와 아이' 진짜냐‥ 가짜냐‥ 위작논란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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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화랑 대표와 미술품 감정 전문가들로 이뤄진 한국미술품감정협회(회장 곽석손)가 30일 지난달 초 공개됐던 이중섭의 그림 중 한 점이 위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대해 유족측은 "작품의 진위 여부를 명백히 가린 후 문제를 제기한 협회와 감정위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는 등 이중섭 그림을 둘러싼 진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경 23일자 A32면 참조
협회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옥션의 의뢰로 감정이 들어온 '물고기와 아이'에 대해 지난달 초 세 차례에 걸쳐 감정한 결과 감정위원 전원이 '위작'이라고 판정했다고 밝혔다.
협회측은 그 근거로 이중섭의 차남인 태성씨(56)가 서명한 '감정증명서'가 2005년 이전 것과 다른 데다 필체와 필순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보존처리 전문가인 최명윤씨는 "이중섭은 사인의 한 획 한 획을 정확히 끊어 썼는데 이번 작품의 사인은 모든 획이 우측으로 기울어져 있는 등 기존의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협회측은 또 국내에서 유통되는 이중섭 위작들은 이탈리아 엽서를 공통적으로 사용했으며,서울옥션측이 참고로 제공한 '아이들' 등 다른 3점도 동일한 이탈리아 엽서를 이용해 제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회측은 오는 4월12일 진위를 가리기 위한 공개 세미나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유족을 대표한 '이중섭예술문화진흥회'는 "태성씨가 직접 서명하고 확인한 작품을 위작이라고 판정한 것은 유족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진흥회의 박수희 사무국장은 "태성씨는 작품의 진위 여부를 명백히 가릴 용의가 있으며 문제를 제기한 협회와 감정위원들에 대한 법적 책임도 묻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미술계에서는 이번 위작 논란은 이중섭이 1941년 원산 체류시 그렸다는 그림을 비롯한 모든 소장품과 이중섭 자료를 유족측이 공개하지 않는 한 결말을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