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자 논문 2편 英네이처에 나란히 게재

국내 과학자의 논문 2편이 유명 과학잡지인 영국의 '네이처' 31일자에 동시에 실렸다. 조민행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식물광합성 과정에서 1백억분의 1초 사이에 일어나는 빛 에너지 이동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또 방윤규 전남대 물리학과 교수는 플루토늄계 소재의 초전도 원리를 이론적으로 규명,고온 초전도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냈다. 이들 연구성과는 세계 최초로 이뤄진 것으로,국내 기초과학 수준을 인정받을 수 있는 사례로 과학기술계는 평가하고 있다. ◆광합성 에너지 이동 밝혀=조민행 교수는 이차원 전자분광학을 이용,빛이 식물의 화학에너지로 전환되는 광합성 초기 단계에서의 에너지 이동경로를 밝혀냈다. 이차원 전자분광학은 여러 종류의 빛을 물질에 쬐어 입체적 구조를 분석하는 다차원 분광학의 하나로,새로운 실험 분석법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조 교수는 펨토 레이저를 활용,광합성 분자의 움직임과 에너지 변화를 수백∼수천 펨토 초(1펨토 초는 1천조 분의 1초) 단위로 정밀하게 측정했다. 이를 통해 식물에 전해진 빛 에너지가 광합성 단백질을 구성하는 'FMO' 분자들 사이를 정해진 특정 경로에 따라 움직이면서 한 분자로 모인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또한 빛 에너지가 이동할 수 있는 경로는 실제로 두 가지가 있으나 자연계에서는 하나의 경로만 활성화된다는 것도 알아냈다. 조 교수는 "다차원 분광학을 이용하면 생체 내 분자의 움직임을 영화처럼 촬영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성과로 다차원 분광학의 성공적인 활용 사례를 제시했다는 점도 큰 의의"라고 말했다. ◆플루토늄 초전도 원리 규명=방윤규 교수는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 연구진과 함께 플루토늄 화합물(PuCoGa5)이 18.5K(섭씨 영하 2백54.5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갖는 원리를 밝혀냈다. 방 교수는 플루토늄 화합물의 저온 초전도 특성이 원자 구조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의 움직임(자기모멘트) 때문이라는 것을 규명했다. 방 교수는 "일반적인 초전도체는 금속 내 원자들의 진동에 의해 전자가 쌍을 이뤄 움직임으로써 초전도 특성을 갖게 된다"며 "이번 플루토늄 화합물은 이와 달리 자기 모멘트가 전자를 쌍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방 교수는 또 "플루토늄 화합물의 초전도 특성이 고온 초전도체와 같다는 것도 알아냈다"며 "따라서 지금껏 밝혀지지 않았던 고온 초전도체의 원리가 이번에 밝혀진 플루토늄 화합물의 초전도 원리와 동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번 연구결과를 활용할 경우 고온 초전도체 개발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방 교수는 내다봤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