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절상 환투기와 시소게임

중국이 위안화 절상 시기를 놓고 외국인 투자자들과 숨바꼭질 게임을 벌이고 있다. 절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민ㆍ관이 합의를 봤고 여건도 무르익었으나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투기 자본이 '예상치 못한 때(出其不意)'를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당분간 절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교란 작전을 펴고,물 밑으로는 절상을 위한 사전 정비작업을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절상 환경 조성 됐다=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과의 인터뷰에서 "위안화 절상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보도한 지 하루만인 지난 30일 중국 최대 일간지 중 하나인 베이징청년보는 인민은행과 국무원산하 사회과학원 관계자 다수의 말을 인용해 "위안화 절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허판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연구소 소장보조(부소장급)는 "내수가 왕성하고 재정 상태가 양호하며 미국이 7차례 연속 금리를 올려 환율조정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자오시쥔 전인대 금융증권연구소 부소장도 "환율 조작이 초래한 수입품과 국내산간 가격 괴리를 시정하고 위안화 구매력을 높여 저소득층 가계에 도움을 주고 무역 불균형을 완화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도 물밑 작업 시동=중국 정부도 물밑 작업을 시작했다. 이날 경제관찰보는 최근 신임 외환관리국장으로 임명된 후샤오롄의 선결 과제가 위안화 절상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은 지난 2년 간 절상 압력을 받아왔으며 중앙 정부가 인민은행 지도부 중 유일한 외환 전문가인 그를 신임 국장에 임명한 것은 외환 개혁을 맡기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전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오는 5월부터 달러,유로,엔,영국파운드,스위스프랑,호주달러,캐나다달러,홍콩달러 등 8개 외국 화폐를 시중 은행들 간에 처음으로 사고팔 수 있게 허용해 외환 시장 자유화를 위한 실험을 시작한다. 이는 위안화 변동폭을 현행 ±0.3%에서 최대 ±1%로 확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투기 자본이 관건=절상 시기 및 폭과 관련,최대 문제는 투기 자본의 향방이다. 허판 소장보조는 "모든 조건이 완벽하나 투기 자본이 유일한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절상이 시작될 경우,추가 절상이 예상되면 투기자본 유입이 가속화되고,절상이 끝났다고 판단되면 한꺼번에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첫번째 경우 부동산 가격 급등 등 부작용이 더욱 커지고 두번째 경우에는 국제수지 위기가 발생한다. 베이징청년보는 인민은행 관계자의 말을 인용,"단기자본 유출입을 제한하는 세금 제도를 도입하고 절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원자바오 총리가 최근 언급한 "위안화 절상 시기와 방법은 예상 밖일 수 있다"라는 표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