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지역사업에 왜 칼 뺏나] 생산실적 3년뒤 6천억 뒷걸음질

1999년부터 시작된 대구의 섬유산업진흥사업이 부실하게 시행됨에 따라 '밀라노프로젝트'는 사실상 좌초의 위기를 맞았다. 대구시가 밀라노프로젝트(섬유산업진흥사업)를 추진하면서 입주 수요와 재원 조달방안 등 사업타당성에 대한 주도면밀한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대구시에 요구했다. 대구와 부산에서는 막대한 사업비 투자에도 불구,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실적이 더 나빠졌다. 섬유산업 진흥을 위해 1999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고와 지방비 등에서 신소재개발 연구비 지원,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 건립 등에 4천6백84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1999년 대구시의 섬유생산은 4조9천8백90억원,수출 실적은 15억8천만달러였으나 2002년에는 생산 4조3천8백10억원,수출 12억5천만달러로 뒷걸음질쳤다. 부산의 신발산업에도 그동안 1천8백40억원의 국비와 지방비가 들어갔지만 생산실적은 1999년 1조1천4백10억원에서 2002년 7천6백60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역진흥사업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문제점은 중복 투자였다. 대구와 부산에 비해 수출과 고용증대 목표를 달성한 광주에서도 행정기관 이기주의의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났다. 산업자원부는 2001년 1월 광주지역에 광통신부품 시험과 연구개발 등을 위해 한국광기술원을 건립했다. 같은 해 2월 국무조정실은 관계기관 회의를 갖고 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광주·전남연구센터(이하 연구센터)가 광기술원과 기능이 겹치지 않도록 협의하라고 조정했다. 그러나 정통부는 산자부와 협의 없이 연구센터 건립을 강행,5월에 준공식을 가졌다. 연구센터의 주요 업무는 광기술원과 똑같았고 시험항목 1백38개는 광기술원의 시험항목(1백60개)에 모두 포함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2003년 2월부터 2004년 11월까지 광기술원에 시험을 의뢰한 업체는 17개사에 불과했다"며 "수요에 비해 과다하게 유사 시설을 설치한 관련자에게 주의 처분을 내리라고 정통부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부산시도 마찬가지였다. 1987년에 신발 관련 신소재 및 부품에 대한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한국신발피혁연구소가 설립됐는 데도 지난해 3월 부산신발산업진흥센터를 세웠다. 센터는 그동안 연구소가 수행해온 △신발설계 및 검사 분석 △특수화·기능화 개발 등의 기능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부산시에 센터와 연구소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기술개발보다는 하드웨어에 집중 투자하는 잘못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부산시는 대부분의 국내 신발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완제품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전체 사업비 3천8백66억원의 57.6%인 2천2백25억원을 융자사업에 배정했다. 그러나 융자실적은 계획의 14.6%에 그쳤다. 반면 기술개발 예산은 전체의 16.8%인 6백50억원에 불과했다. 섬유산업진흥사업의 경우 연구개발 사업비 지원은 전체 사업비 8천2백51억원의 6.8%인 5백65억원이었고 해당 업체에 지원된 기술개발 재원은 1백90억원에 머물렀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