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 진로 인수] 하이트 '소·맥' 술시장 평정

하이트맥주가 진로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하이트맥주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스개 소리가 하나 생겼다. "앞으로 폭탄주는 "소폭"(진로소주와 하이트맥주)으로 마신다" "하이트+진로"의 결합이 주류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한마디로 "메가톤급"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하이트맥주의 맥주 시장 점유율은 58.2%,진로의 소주 시장점유율 55.4%.하이트맥주는 소주 맥주 시장의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국내 주류시장의 "완전정복"에 나설 태세다. 반면 두산 금복주 무학 대선주조등 지방 소주사는 물론 맥주업계 경쟁사인 오비맥주,디아지오코리아 롯데칠성과 같은 양주업계 등 대부분의 주류 업체들은 예기치 못한 사태에 전시 직전의 "데프콘 급 경계령"이 발동된 상태다. ◆주류시장의 천하평정=이번 진로 인수전에서 당초 하이트맥주를 주목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인수 의지보다는 두산 롯데 등 기존 주류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연막용'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하이트맥주 내부에서는 치밀한 사전 준비를 해왔다. 두산 인베브(오비맥주 모기업) 등 '적진'의 동향을 예의주시해가면서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교원공제회와 산업은행이 설립한 사모투자펀드(PEF) 등을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입찰 직전에는 3천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까지 발행했다. 하이트맥주가 써낸 3조2천억원은 '풀베팅'의 수준이다. 하이트맥주가 진로 인수에 이처럼 사활을 건 것은 한국의 주류시장을 평정할 절호의 찬스를 잡을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윤종웅 하이트맥주 사장은 입찰 전 주류도매상들과의 모임에서 "맥주 사업을 안하는 한이 있더라도 진로는 꼭 가져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주 사업을 안하는 한이 있더라도'라는 표현에서 하이트맥주 최고경영진의 절박함을 엿볼 수 있다.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진로 인수시 양사 유통망의 장점을 극대화해 맥주 소주 양주 등 주류 브랜드 전반에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시 예상되는 외국계 주류업체의 공세에 대비해 국내 주류 시장을 지킬 수 있는 경쟁력도 확고히 갖추게 됐다"고 덧붙였다. ◆주류업계는 초비상=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 윤곽이 드러난 지난 31일 밤 한기선 두산 주류BG 사장은 전국 영업점에 긴급 메일을 보냈다. 내용은 '두산이 탈락하고 하이트맥주가 됐으니 바짝 긴장하고 한층 분발해달라'는 것. 하이트맥주가 진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다른 주류업체들은 한결같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금복주 무학 대선주조 등 영남지역 소주 회사들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곳은 진로의 시장점유율이 20%에도 못미치는 진로의 취약 지역이지만 이곳 맥주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하는 하이트맥주가 막강한 유통파워를 발휘할 경우 진로소주 점유율이 올라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영남지역의 한 소주업체 관계자는 "본계약까지는 많은 변수가 있으니 하이트맥주가 최종 인수자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하이트맥주에 대한 거부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하이트맥주의 최종 인수가 확정될 때까지 소주시장은 과도기 상태"라며 "신제품 출시로 전환기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없나=독과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하이트맥주가 계열사로 전북지역 소주사인 하이트주조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하이트주조는 법정관리 회사를 인수해 현재도 법정관리 중이며 전국 소주 시장 점유율도 1%대에 불과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3조원대가 넘는 인수가격에 대한 부담,진로 노조의 향후 움직임도 최종 인수까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