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산업 脫한국 러시] "임금 10배차‥중국 갈수밖에"

"지난해 원자재 가격만 두 배 이상 올랐습니다. 제품 판매가는 제자리고요. 중국공장의 인건비는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한데 한국 공장의 인건비는 지난 5년 동안 60% 가까이 올랐죠. 더 이상 한국에서 화섬사업을 계속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화섬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화섬업계에 일고 있는 거센 구조조정 회오리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환율 하락,만성적인 공급과잉 등으로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된 데다 강성 노조의 요구에 밀려 임금이 워낙 올라 더 이상 중국과는 경쟁이 안된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선 줄이고 중국에선 증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화섬업체들은 낮은 인건비와 시장을 찾아 중국으로 생산거점을 옮기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올해까지 중국에 공장을 설립한 화섬업체는 효성 코오롱 등을 포함해 10개사.생산량도 약 46만7천t으로 국내 생산량의 25%에 이른다. 여기에 효성 태광산업 등 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들의 공사가 완료되면 내년에는 생산량이 50만t을 넘게 될 전망이다. 반면 같은 기간 중 이 업체들의 국내 생산량은 2백60만t에서 1백96만t으로 25%나 줄었다. 지난해부터 불붙은 구조조정으로 국내에서의 생산량 감소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게다가 금융권에선 화섬산업을 사양산업으로 보고 국내 설비자금 지원을 꺼리고 있어 화섬업체들의 중국행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중국 인건비는 한국의 10% 지난 2003년 중국 주하이시에 스판덱스 공장을 설립한 동국무역의 이재갑 상무는 "중국 공장의 연평균 임금은 약 6백만원으로 국내 구미공장의 3천1백20만원에 비해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국내 공장의 평균 임금이 5천만∼6천만원에 이르는 효성 코오롱 등 대기업들의 경우에는 많으면 10배까지도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계속 커지고 있는 중국 시장도 화섬업체의 '탈(脫) 한국 러시'를 부추기고 있다. 현재 중국의 화섬 수요량은 약 1천6백만t.공급과잉으로 허덕이는 국내 시장과는 달리 아직 공급(1천4백만t)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올해초 선진국들의 섬유수입쿼터제가 폐지돼 중국의 섬유 수출량이 급증하고 있어 수요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때 늦은 구조조정 이같은 국내 화섬업계의 위기는 이미 5년전부터 예견됐던 일.중국의 화섬 생산량이 매년 무서운 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줄줄이 파산위기에 놓였던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와 채권단의 워크아웃 지원을 받아 변화에 둔감했다. 차별화,고부가제품 개발 보다는 기술 진입 장벽이 낮은 범용 제품만을 생산하다가 결국은 중국 업체들의 물량공세에 백기를 들고 만 것이다. 화섬업계 관계자는 "일본업체들은 이미 10년전부터 화섬산업의 변화를 직감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쳐 지난해 대부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며 "뻔히 보이는 변화를 애써 외면했던 기업들이 정부의 정책과 강성 노조만 탓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