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종합상사 '부활의 날개'

일본 종합무역상사들이 부활하고 있다. 기업들의 국제화로 입지가 좁아져 한때 존폐위기로까지 몰렸던 일본 종합상사들은 최근 원자재 수요 붐에 힘입어 기존에 투자했던 해외 자원개발사업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석유 석탄 등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한 각국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 이토추 마루베니 등 일본 5대 종합상사들이 해외 자원개발을 통해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종합상사 신(新)르네상스 시대=일본종합상사들은 지난 70∼80년대 기계 전자제품 자동차 등 거의 전산업에 걸쳐 수출입 관련업무를 대행하며,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의 국제화로 수출입 대행업무가 크게 줄어든 데다 90년대 초 부동산 거품붕괴로 보유자산이 급감하면서 종합상사들은 엄청난 빚에 허덕이게 돼 한동안 '퇴물' 취급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종합상사들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을 모색해왔다.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접고,골프장 등 핵심이 아닌 사업부서를 정리했다.미쓰비시상사의 경우 2001년 이후 전체 1백84개 사업부 중 66개를 없앴다. 사업내용도 다각화해 자원개발,경영컨설팅,애니메이션 영화제작,투자은행 업무 등에 새로 진출했다. 이 회사 고지마 요리히코 최고경영자(CEO)는 "이제 수익구조가 과거와는 크게 달라져 매출의 70%가 해외 투자사업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원자재시장의 큰 손=전세계적인 원자재 수요 급증은 종합상사들의 부활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최근 미쓰비시상사는 호주 동남아 등의 액화천연가스(LNG)사업에서 대박을 터뜨려,로얄더치셸 BP 등에 이어 세계 3위의 LNG 생산업체로 떠올랐다. 또 호주 BHP빌리톤과 50대 50의 합작사업을 통해 전세계 유연탄 생산의 25%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유전개발사업의 성과가 두드러져 유가가 1달러 상승할 경우 이 회사의 순이익은 1천만달러가 늘어날 정도다. 모건스탠리는 "일본 5대 종합상사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95% 급증한 4천9백20억엔에 달할 전망"이라며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 올해도 매출 증가율이 32%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자원개발사업에서 자신감을 얻은 일본 종합상사들은 캘리포니아 LNG 터미널 등 해외 인프라 구축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미쓰비시의 카토 세이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앞으로 석유 메이저회사들과도 경쟁할 수 있도록 에너지사업을 강화할 것"이라며 "풍부한 자금 동원력을 활용해 올해 중 유럽의 석유회사 한 곳을 인수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