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 생존전략] 프랑스 로브.스웨덴 포스마크, 주민이 반기는 원전센터

안전성에 대한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원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미 원전이 국내 총 발전량의 40%를 차지하는 등 최대 전력공급원으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국제유가의 배럴당 평균가격이 작년보다 10달러 이상 높은 초(超)고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나 전기요금이 아직까지 오르지 않은 이유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원전 비중이 높아진 때문이다. 인간이 삶의 흔적으로 쓰레기를 배출하듯 원전도 방사성폐기물(원전수거물)이라는 골칫거리를 남긴다. '방사성폐기물=위험·혐오물질'이라는 대안 없는 반대논리에 부딪혀 국내 원전수거물 관리센터(원전센터) 설립 추진은 20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철저한 안전관리와 투명성으로 일찌감치 원전수거물 문제를 해결해온 유럽의 원자력 발전 대국인 프랑스와 스웨덴 원전센터를 방문,이들의 관리 노하우를 알아봤다. ◆프랑스 로브 원전센터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에서 동남쪽으로 약 1백50km 떨어진 지역에 있는 로브 원전센터는 프랑스의 첫 원전센터인 셰르부르 인근의 라망시 원전센터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92년부터 프랑스 내 59기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해오고 있다. 69년부터 운영된 라망시 원전센터는 용량 포화로 94년 폐쇄됐다. 프랑스 방사성폐기물관리청(ANDRA)이 80년 3개의 후보 부지 중 1개로 로브 지역을 선정,84년부터 부지 조성 작업에 착수해 86년까지 약 50공의 시추를 실시했으며 그 후 공청회 실시로 인근 3개 지역 주민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곳의 처리용량은 1백만㎥(2백ℓ드럼 5백만개)로 프랑스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폐기물 30년분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다. 로브 원전센터는 연간 1만7천번의 각종 환경영향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가감없이 공개,주민의 신뢰를 쌓았다. 로브 원전센터가 매년 내는 6백만유로의 지방세는 중심 지역인 슐레듀이읍을 비롯한 인근 20여개 마을 주민(2만여명)을 위한 도로와 영화관 등 공공 편의시설 설립 등에 쓰이고 있다. 도미니크 에르 방사성폐기물관리청 홍보책임자는 "폐기물을 콘크리트 구조물에 쌓고 그 사이를 콘크리트와 자갈로 메운 뒤 흙을 덮는 등 3단계 보호막으로 차단해 안전에 이상이 없다"며 "매년 감소추세에 있던 인근 마을 주민 수도 원전센터 설립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포스마크 원전센터 스웨덴은 독특하게 방사성 폐기물을 해저 60m 동굴에 보관하고 있다. 수도인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1백60km 떨어진 해안지역인 포스마크의 바다 속에 1백60m 길이의 동굴 4개를 뚫어 88년부터 스웨덴 내 11기 원전에서 나오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해왔다. 2020년부터는 4개의 추가 동굴을 뚫어 원전센터 운영기간을 2070년까지 늘릴 방침이다. 포스마크 원전센터는 72년 4개 민간 전력회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스웨덴 핵연료 폐기물관리회사(SKB)가 운영을 맡고 있다. 민간 회사 형태지만 원전수거물 처리상황과 안전관리에 대해 정부로부터 정기적인 감시를 받고 있다. 모든 시설은 중앙집중식 컴퓨터 시스템과 제어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포스마크 원전센터의 근무인력은 8명에 불과하다. SKB 관계자는 "동굴처분 방식은 기존의 원전센터보다 건설비용이 더 많이 들지만 처리가 완료된 후 더 이상의 감시가 필요없고 생활공간과 격리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인근 마을 주민에게는 3개월에 한번씩 이곳 원전센터에서 발생한 일들을 지역신문으로 만들어 배포,안전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키고 있다. 포스마크 원전센터 건립시 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국가가 직접 지원한 것은 없으나 시설 입지에 따라 필요한 철도 항만 전기 수도 등 사회간접시설이 확충돼 주민 편익이 증대됐다. 원전센터 설립과정에서 인근 주민 6천명 가운데 1천명이 일할 수 있는 고용창출 효과도 가져왔다. 로브 (프랑스)·포스마크 (스웨덴)=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