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역전의 명수'‥ 억울한 대타인생 역전서 뒤집는다


박흥식 감독의 코미디영화 '역전의 명수'는 '정준호의 영화'로 부를만 하다.


1인2역의 정준호는 종횡무진이다.
그가 전작들에서 맡았던 캐릭터들을 한꺼번에 선보이는 종합판 같다.


'공공의 적2'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명사, '가문의 영광'에서 선망의 대상인 서울대생, '나두야 간다'에서 조폭두목으로 자리바꿈하는 대필작가 등이 변형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관객들에게 익숙한 흥행작들을 패러디함으로써 웃음을 이끌어 낸다.
만약 정준호 대신 다른 배우가 출연했더라면 대사와 줄거리의 상당부분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제목의 뜻처럼 역 앞에 사는 건달 명수가 인생역전을 시도하는 이야기다.


명수는 사법고시에 합격한 동생 현수를 대신해 군대와 감옥을 들락거리고 창녀 이순희와 기자 오순희를 만나면서 상황이 복잡해진다.
두 남자와 두 여자는 신분이 판이하지만 공통분모로 연결돼 있다.


두 남자는 외모가 같고 두 여성은 내면의 상처가 깊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같으면서도 다른 네 인물'의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빈부와 귀천의 차별없이 화해와 협력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동생을 위해 명수가 희생하는 구성은 상류층이 하층민들의 도움없이 결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영화의 일부 장면에서 사건의 진행과 정서의 흐름이 일치되지 않는다.


완급 조절 없는 에피소드들이 평면적으로 나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군복무 중인 명수가 창녀 애인 이순희의 사망소식을 듣고 영혼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실소를 터뜨린다.


두 사람의 심리적 유대감에 대한 묘사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혼결혼식이란 변수가 돌출한 탓이다.


분장에도 문제가 있다.


10여년간 세월의 흐름이 배우들의 얼굴에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15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