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네안의 질병' 나는 多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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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다른 사람보다 폐암에 걸릴 위험이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정기적으로 전문의로부터 검진을 받고 예방조치를 취하시기 바랍니다."
공상과학영화 속의 대사가 아니다.
서울 봉천동에 사는 회사원 장씨(33)가 최근 국내 한 병원에서 받은 유전자 검사 결과다.
장씨는 검사 결과를 통보받은 그 날 바로 지난 10년 이상 피워온 담배를 끊었다.
유전자검사가 첨단 질병 진단기법으로 각광 받고 있다.
똑같이 담배를 수십년 동안 피면서도 어떤 사람은 폐암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멀쩡한지를 가장 과학적으로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통스럽고 번거로운 기존의 검사법에 비해 이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유전자검사를 도입하는 병원과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하는 바이오벤처기업도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전자검사는 아직 검증단계에 있으며 이에 대한 맹신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유전자검사가 어느 수준까지 와있으며 그 한계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유전자 검사는 법의학검사 소인검사 의료검사 등 3가지로 크게 나뉜다.
법의학검사는 유전자가 지문처럼 사람마다 각기 다른 특성을 이용해 개인을 식별하는 검사다.
친자확인 혈족확인 시신확인 등에 주로 사용된다.
소인(素因)검사는 유전자를 분석해 외모 성격 체질 등 개인의 특성을 알아내는 검사다.
한때 일부 바이오벤처기업들이 서비스에 나섰던 일명 '롱다리검사' '호기심검사' 등이 이에 해당된다.
소인검사는 아직까지 과학적인 검증이 부족하고 검사대상자에게 그릇된 정보를 제공할 우려가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시행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는 소인검사를 연구목적에 한해서만 가능토록 하고 있다.
의료검사는 질병을 진단하거나 향후 발병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유전자검사라고 할 때는 의료검사를 가리킨다.
기존에는 헌팅턴병 루게릭병 등 단일유전질환에 주로 사용됐으나 인간 유전자 가운데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의 규명이 큰 진전을 이루면서 점차 그 적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인간의 유전자 수는 2만5천여개로 알려져 있으며 이 가운데 1천6백여개의 유전자가 질병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전자 검사기관에서는 유전적인 요인이 발병에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진 유방암,대장암,직장암,신경섬유종,유전성 치매 등을 주요 검사대상으로 하고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질병에 대해서도 유전자 검사가 시행되기도 하나 아직까지는 정확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유전자는 머리카락이나 혈액 피부조직 등에서 채취한다.
대장암 자궁경부암 등의 검사는 해당 부위의 조직에서 직접 유전자를 얻어내기도 한다.
채취된 유전자는 극히 소량이기 때문에 별도로 대량으로 얻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유전자에 시약을 투입한 후 증폭기에 넣어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을 거치면 유전자가 1백만배 이상 늘어난다.
이후 해당 질병과 관련한 유전자에 대한 분석과정을 거치면 약 15일 후에 검사결과가 나온다.
유전자 검사는 일반적으로 환자 개인에 대해 실시되지만 가족 가운데 암환자가 있을 경우에는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유전자 이상 여부를 검사하는 '유전자 연관분석'을 하기도 한다.
검사비용은 10만원에서 2백만원까지 다양하다.
검사 대상 유전자가 길고 구조가 복잡하면 분석을 위해 장비와 시간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검사가격이 높아진다.
검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혈관종 검사의 경우 10만원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며 대장암 유방암 등의 검사는 60만원 정도 소요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현재 유전자 검사에서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질환은 백혈병 유방암 C형간염 등 35개다.
유전자 검사는 단일유전질환 외에는 확진이 아닌 단지 발병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
질병이 일어나는 데에는 유전적인 요인 외에 생활습관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방암 변이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지금 유방암을 앓고 있다거나 나중에 반드시 유방암에 걸린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전문가로부터 검사결과에 대해 그 의미를 충분히 숙지해 불필요한 공포심을 갖지 않도록 하고 생활습관 개선 등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데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유전자 검사를 위한 자료를 대부분 외국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유전질환에 대한 한국인만의 자체적인 데이터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전자 변이유형과 발병빈도가 민족이나 가계마다 달라 외국인에게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들이 한국인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암 유전상담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이 아직 빈약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천명의 유전자 상담가가 각종 유전질환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을 해주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정부가 공인하는 유전자 상담사 자격증이 없다.
일부 바이오벤처 기업에서 발급하고 있는 유전자 상담사 자격증은 공신력이 없는 민간 자격증에 불과하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도움말=김종원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홍영준 원자력병원 진단검사의학과 박사,이진성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임상유전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