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집 손님 늘면 경기는 회복" .. 은행장들 '경기판단 노하우'

'택시 기사의 수입' '단골 음식점 예약 상황' 등…. 최근 경기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것과 관련,'금융대전(大戰)'을 치르고 있는 은행장들에게 "일상생활에서 무엇으로 경기를 가늠하는가"를 물어본 결과 이런 대답들이 나왔다. 은행업은 대표적인 내수업종. 따라서 최고경영자(CEO)의 경기판단 정확성은 은행전쟁의 승패를 갈라놓을 수도 있는 핵심 요소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가끔 자가용 대신 택시를 이용할 때면 기사에게 "요즘 벌이가 어떤지"를 물어보곤 한다. "경기가 풀리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던 사람들도 택시를 이용하게 마련"이라는 설명이다.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자주 가는 음식점의 예약 상황과 손님 숫자를 눈여겨 본다. 그에게 '먹는 장사 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 주는 곳은 본점 인근의 가나라는 일식집과 세림이라는 국수전골집,그리고 롯데호텔의 일식당과 중국식당 등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음식점과 함께 백화점의 손님,가구단지의 매출을 종종 체크한다. 특히 가구는 얼어붙었던 경기가 풀리는 시기에 잘 팔리는 경향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신문의 상가분양 광고가 많을 때,샐러리맨들의 퇴근시간이 늦어질 때를 경기위축 신호로 간주한다. "상가 분양광고가 많아진다는 것은 경기 위축으로 상가 판매가 잘 안 된다는 뜻이며 퇴근시간이 전반적으로 늦어진다는 것은 기업들의 사정이 안 좋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백화점에서 의류 세일 횟수가 줄어들고,공연장에 관객수가 많아지면 소비심리가 회복되는 징표라고 덧붙였다. 최동수 조흥은행장은 평소 도로의 차량 통행량과 이동전화 사용량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본다. "자동차와 휴대폰이 소비패턴을 주도하고 있는 세태인 만큼 자동차 통행량,휴대폰 사용량 추이가 경기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현장경기를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스타일이다. 가령 일선 지점을 방문할 때 5백m~1km쯤 앞에서 내려 주변 상가 등을 둘러보고 주인에게 장사가 잘 되는지를 직접 물어보곤 한다. 물론 은행장들이 가장 신뢰하는 경기판단 자료는 대출증가율,연체율 추이 등 은행 자체에서 나오는 지표들이다. 특히 거의 모든 행장들은 내수경기를 진단하는 지표로 SOHO(소규모 영세자영업자)의 연체율 동향을 가장 중시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