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딥 임팩트

지구가 혜성과 충돌함으로써 멸망할 것이라고 처음 주장한 사람은 18세기 초 영국의 문인이었던 윌리엄 휘스턴으로 알려져 있다. 에드먼드 핼리가 핼리 혜성을 발견하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응용해 그 궤도를 계산한 데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홍수와 불이 지구 멸망의 원인이 될 것이라던 당시의 상황에서 혜성의 등장이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지구 종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행성과의 충돌 외에도 핵전쟁,바이러스의 출현,자연재해,빙하기 도래 등으로 주장하는 학자들마다 충분한 근거를 들이댄다. 이를 접하고 있노라면 당장에라도 인류 파멸이 올 것 같은 위기감이 엄습하면서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지곤 한다. 지금은 뭐니뭐니해도 우주에서 지구로 돌진해 오는 천체가 가장 위협적인 것 같다. 따라서 각국 천문연구원에서는 지구접근 천체(NEO)들을 찾아내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대처 방안을 마련한다. 지름 10m 정도의 소행성은 1년에 한 번꼴로 지구와 부딪친다고 하는데 대부분 대기권에서 폭발해 흩어지고 만다. 그러나 지름이 1백50m 이상 되면 사정이 다르다. 영화 '딥 임팩트(Deep Impact)'와 '아마게돈'은 지구가 행성과 충돌했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가를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어마어마한 해일이 도시를 삼키는가 하면 행성의 파편들이 지구 대기권을 시커멓게 뒤덮는다. 이런 끔찍한 장면들은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영화로 치부해 버릴 일은 아니다. 앞으로 30년 후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인류에 재앙을 몰고올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유엔 우주의 평화적 이용위원회(COPUOS)'에 의해 제기돼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소위 '딥 임팩트'의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미래의 대재앙에 맞서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미 '지구 구하기'에 나섰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딥 임팩트 계획과 유럽우주국(ESA)의 돈키호테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지진 쓰나미 홍수 엘니뇨 등 심상치 않은 자연 재해가 빈발하는 시점에 들려온 '딥 임팩트'가 왠지 마음에 걸린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