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서울증권 또 돈잔치

"대규모 영업 적자에 허덕이는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기는커녕 현금 배당과 자사주 소각에 돈을 쏟아붓다니 이해가 안되네요."(S증권사 관계자) 지난 12일 주식시장 마감 후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 계열 QE인터내셔널이 최대주주(지분율 25.38%)로 있는 서울증권은 72억원의 현금배당 계획을 공시했다. 서울증권은 앞서 작년 11월과 12월,올해 1월에 각각 1백만주씩 주주로부터 자사주를 유상으로 사들여 소각한 데 이어 이달 4일 자사주 1백만주를 추가 소각하겠다고 밝혔었다. 서울증권이 네차례의 자사주 소각과 이번 현금 배당에 투입하는 돈은 모두 2백3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서울증권이 이처럼 '돈 잔치'를 벌일 상황인지는 의문이라는 게 증권업계 중론이다. 서울증권은 2004 회계연도(2004년 4월∼2005년 3월)에 1백4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직전 회계연도(94억원 영업손실)보다 적자가 늘었다. 순이익은 1백40억원에 달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작년 9월 여의도 사옥 매각(9백47억원)에 따른 것일 뿐 장사를 잘해서가 아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금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모두 당장은 주주들을 기쁘게 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회사를 거덜내 궁극적으로 주주들에게도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증권은 지난 99년 소로스펀드에 인수된 이후 주 수입원인 주식위탁매매 시장점유율이 크게 떨어지는 등 영업력이 위축됐다. 증권산업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를 충분히 하지 못한 결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회사 사정이 이런 데도 소로스펀드는 그동안 지속적인 고배당과 지분 일부 매각 등으로 이미 투자 원금의 77%인 5백20억원가량을 회수해 갔다. 특히 2001 회계연도에는 순이익의 1백69%에 달하는 고액 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소로스펀드에 대해 회사야 어찌 되든 잇속만 챙기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주용석 증권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