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식 단타 자칫하면 낭패 ‥ 직장인 '내부자 규제' 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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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관련 회사에 근무하던 평범한 직장인 A씨는 2년 전 자기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억대의 돈을 투자해 자사 주식을 샀다.
주가가 단기간에 2.5배나 오르자 A씨는 주식을 팔아 단번에 수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그러나 몇 개월 뒤 A씨는 회사 주식을 매매해 번 돈을 고스란히 회사에 물어내라는 금융감독원의 통보를 받고 까무러칠 뻔했다.
그는 회사 고위 임원이나 개발 당사자가 아니었다.
회사의 신약개발 추진 사실도 어느 정도 세상에 알려진 것이어서 주식거래가 문제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더구나 자사 주식 투자로 번 돈을 다른 주식투자에서 고스란히 날린 뒤였다.
증권선물거래소 측은 이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부자거래 관련 규제를 위반해 적발되는 직장인들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의 경우 1백건에 가까운 사례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거래소 및 코스닥 상장회사의 임원과 주요 주주는 물론 직원도 회사주식을 6개월 이내에 매매해 시세차익을 얻은 경우 회사 측에 차익을 반환해야 한다.
사내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거나 고급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단기매매차익을 얻으면 반환 대상에 해당된다.
이것이 회사 임원과 대주주 등 내부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는 '내부자 거래'와 다른 점이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가 형사처벌 대상인 데 비해 제재 수준은 낮지만 규제 대상의 폭이 매우 넓다.
거래소에서는 모든 계좌를 뒤져 회사 내부자 거래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주식의 주가가 급변동해 이상매매 현상이 생길 때만 조사한다.
이 때문에 실제 회사주식을 단기 거래했다가 적발되는 비율은 낮지만 잘못하면 A씨의 경우처럼 엄청난 손해를 입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불공정거래를 사전에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인데 일반인들이 모르고 있다가 걸려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