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불신 자초하는 농림부

지난 13일 한국경제신문 등이 '쌀 개방 대신 중국산 사과 배 수입검토 양보'라는 요지의 기사를 내보냈을 때 농림부는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 '오보'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로 농민들이 반발하고 야당이 국정조사권 발동을 검토하자 농림부는 15일 한경 등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며 "무책임한 오보로 이게 무슨 국력낭비냐"(농림부 간부)고 기자에게 항의했다. 그 기사의 오보 여부는 언론중재위가 현명하게 판단할 일이다. 그러나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농림부의 솔직하지 못한 태도다. 농림부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쌀협상 검증결과를 지난 12일 처음 발표한 이후 18일 국회에서 양자간 합의안을 설명하기까지 교묘하게 말바꿈을 해왔다. 대표적인 게 수입검역을 신속히 해주기로 한 중국산 과일문제다. 처음엔 체리만 대상으로 밝혔다가 언론보도 후 사과 배 등을 시인했다. 또 아르헨티나산 닭고기와 오렌지는 '수입검역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협의 추진'이라고 발표했다가 이날은 '4∼6개월내 수입허용을 위한 검역 신속 진행'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캐나다산 유채유 등의 관세인하 추진'도 사실은 관세를 2∼20%포인트씩 낮춰주기로 이미 약속한 것이었다. 농림부는 이에 대해 "내용을 요약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속일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농민들은 농림부 해명을 믿지 않고 있다. "협상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양파껍질 벗기 듯이 새로운 사실이 계속 드러나는데 어떻게 믿겠느냐"는 게 농민단체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정부가 한·중협상에서 중국산 마늘에 대한 긴급 수입제한조치 발동을 포기한 사실을 처음에 숨기다가 언론에 의해 밝혀져 문제가 됐던 '2002년 마늘파동'을 경험한 국민들로선 기막힌 노릇이다. 통상협상때마다 이면합의 논란으로 국력낭비를 초래하는 게 과연 누구 탓인가. 차병석 경제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