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일자) 행정구역 개편 정략적 접근 안된다

여야가 현행 시?도 체계를 없애고 전국을 30~60여개의 광역지방자치단체로 재편하는 행정구역 개편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실 현행 행정구역체계는 농업사회이던 조선시대의 8도체제를 바탕으로 일제강점기에 그 골격이 만들어 진 것으로 산업을 비롯 교통 인구 등 모든 면에서 너무도 크게 변한 지금에 와서는 효율이 떨어지고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어서 개편을 서둘러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특히 현행 체계가 관리와 통제를 위주로 하는 다층(多層)구조로 돼 있어 지방 분권을 추진하는 데에도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그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오래전에 형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경상도 전라도 등으로 갈라져 있는 지역 감정의 골을 허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가져볼 만하다. 그러나 행정구역 개편 작업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실제로 행정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학계 정치권 등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제기돼 왔으며 구체적인 안도 몇차례 발표됐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해 결국 무산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는 국가전략적 차원의 접근보다는 정치전략적 차원에서 검토하고 성안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여야가 각각 조직을 신설하고 이제 연구에 착수한 만큼 좀더 추이를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선거에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당리(黨利) 당략(黨略) 차원에서 논의돼서는 결코 안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구역 개편은 몇 달 사이에 그 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설사 기본적인 방향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하더라도 추진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 또한 무수히 많은 게 현실이다. 더구나 이해(利害)가 다를 수밖에 없는 지방공무원들과 지역 주민들 또한 거부감이 적지않을 것임은 너무도 뻔한 일이다. 그러다 보면 흉내만 내는 행정구역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행정구역체계를 만들어 내야 한다.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지자체의 자율성을 확대해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행정구역 개편의 요체(要諦)임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적 절차를 거쳐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의 충분한 이해와 합의를 이뤄내는 게 선결 과제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