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지금이 변할 때다] 쏟아지는 내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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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깨나 쓰는 노조나 노동운동가들은 권력의 독점과 세습을 통해 그들 스스로 노동귀족과 노동권력층이 되는데 혈안이 돼 있다.
노조가 취업장사에 나서는 파렴치한 작태도 이 때문이며,습관화 되다시피한 투쟁지향성과 외부의 이목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전투구식 계파간 다툼도 이 때문이다" 한때 '골리앗' 투쟁을 벌여 강성노조의 대명사로 인식됐던 현대중공업 노조의 박삼현 수석부위원장이 모 일간지에 게재한 칼럼 내용이다.
그는 "한국노동운동이 가장 먼저 버려야할 폐습 중 하나는 선명성 경쟁"이라며 "대화와 타협을 통한 노동운동이 어용으로 매도당하고 타협없는 투쟁만이 대우받는 풍토는 이제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집행부 주도의 불법파업에 멋모르고 참여했다가 타격을 입은 여수 GS칼텍스 노조원들 대부분은 강성 노동운동에 환멸을 느끼고 아예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전기팀에 근무하는 한 조합원은 "조합원 중 90% 정도는 뒤늦게나마 파업이 잘못됐다고 인식한 것 같다"며 "특히 전투적 노동운동을 주도하는 상급단체에 대한 비난이 많다"고 말했다.
강성 노동운동이 거센 내부비판에 직면해 있다.
현장 노동자들은 물론 한때 좌파적 색채를 띠었던 노동운동가들까지도 방향을 잃은 채 좌충우돌하는 전투적 노동운동에 대해 따끔한 질책을 가하고 있다.
박승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가을 모 잡지에 '한국 노동운동,종말인가 재생인가'라는 기고문을 통해 "노동운동은 왕자병 환자로 치부되면서 어떤 옹호세력도 없는 고립무원의 상태에 갇혀 있다"며 "노동운동이 썩었다고 생각하는 다수 노동자들의 비판에 겸허하게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태일 노동자료연구실 대표를 지내는 등 오랫동안 노동운동에 관여해온 그는 "더 많은 임금,더 많은 여가,더 많은 권력을 지향하는 성향의 노동운동은 결코 가능하지도 않고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이제 노동운동은 삶의 양을 따지는 욕망의 운동에서 삶의 질을 따지는 운동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혜자 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노동계가 비정규직 차별,일자리 창출같은 실제 노동현장의 이슈보다 공무원 노동3권,직권중재,손해배상청구소송 및 가압류 같은 노사관계 이슈에 주력할 경우 집단이기주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야 노동운동가출신인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올해 기아차 노조 채용비리가 터져나왔을 때 "대기업 노동운동의 폐해 때문에 벌어진 예견된 참사"라며 "노동계가 스스로 뼈를 깎는 자기비판을 하고 거듭 나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