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잇단 비리의혹에 '어수선'

최대 명절인 '부처님 오신 날'(5월15일)을 눈앞에 두고 불교계 최대 종단 조계종이 어수선하다. 한국의 대표적 사찰 가운데 하나인 불국사 주지 스님의 해외 원정 도박 의혹,화엄사 전 주지의 문화재 보수를 위한 국고 지원금 횡령 등 각종 의혹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탓이다. 특히 조계종 총무원 건물(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에 국고 보조를 받아 조성 중인 불교박물관 전시실 공사와 관련한 의혹이 실무자 선을 넘어 종단 수뇌부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이르자 총무원 안팎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불교박물관 공사비와 관련해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역사문화기념관 건립 집행위원장이었던 중앙종회의원 영담 스님. 영담 스님은 지난달 말 열린 종회에서 공사비 과다 계상,원가계산서 사전 유출,특정 업체에만 입찰 통보,공사계약서 4개 작성 등 여러 의혹을 제기하면서 조사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조계종 총무원의 자체 조사 결과 불교박물관 관련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총무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원가계산서가 입찰 이전에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영담 스님이 제기한 문제점의 대부분을 사실로 인정했다. 관련 종무원(직원)들의 책임도 묻겠다고 했다. 그러나 조계종 안팎에서는 수십억원 규모의 공사 입찰 및 계약을 스님들 개입 없이 종무원들끼리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또 조계종 종무원들은 "스님들이 일을 시켜 놓고 종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의혹의 종점이 어디냐는 것. 이와 관련,의혹이 법장 총무원장에게까지 닿고 있다면서 불교박물관 전시실 공사를 사실상 수주한 사람이 총무원장과 잘 아는 여당 소속 정치인이라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 때문에 조계종 안팎에선 "종단의 자체 조사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진상을 밝히려면 검찰 조사로 넘겨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총무원 국장급 스님들도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