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 혹은 예수 12제자의 우두머리격인 베드로의 후계자로 불린다. 한 마디로 전 세계 가톨릭 교회의 존경받는 수장이다. 교황은 상징적이라고는 하지만 그 권한이 막강하다. 성경을 해석하는 최종 판단자이기 때문이다. 큰 이슈로 부각돼 있는 낙태나 동성애 등의 문제에서 교황이 만일 새로운 해석을 내리면 이를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중세시대에는 왕을 파문할 정도로 하늘아래 가장 힘센 권위자이기도 했다. 역대 교황들이 늘 존경만 받아온 것은 아니었다. 한 때는 부패의 화신으로 부각돼 타도의 대상이 되었는가 하면, 교황선출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교황 그레고리 10세는 무려 2년 9개월의 진통 끝에 즉위했다. 교황선출이 번번히 애를 먹자, 기한을 정해 추기경들을 압박했고 때로는 음식물까지 제한할 정도였다고 한다. 다행히 20세기 들어서는 새 교황을 뽑는데 걸린 평균기일이 3일이어서 불미스런 일은 없었다. 누가 교황이 되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지만, 어떤 이름을 채택하는냐도 주목대상이다. 이름을 보고 교황이 가톨릭 교회를 어떻게 끌고 가려는지를 점칠 수 있어서다. 가령 '비오 13세'라고 하면 보수적이었던 '비오 13세'의 노선을 견지하겠다는 암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어제 165대 교황에 오른 라칭거 추기경은 '베네딕트 16세'로 이름을 정했다. 세계 제1차대전 당시 교황이었던 '베네딕트 15세'는 국제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새 교황도 평화중재자로서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보인다. 베네딕트 15세는 전쟁당사국들을 설득하고, 인도주의 활동을 벌이고, 동방정교와 이슬람을 포용하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월을 뛰어넘어 즉위한 베네딕트 16세의 과제도 비슷한 측면이 많은 것 같다. 극심한 분열에 빠져 있는 서구와 이슬람세계와의 화해를 주선하고 세계 곳곳의 분쟁을 조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교회 개혁주의자들이 줄곧 주장하고 여성 및 성(sex)문제도 새교황이 풀어야 할 커다란 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