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현대건설은 못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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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파를 떠날 생각 하지마라.현대건설은 이 곳에서 시공능력이 가장 뛰어난 회사다."
장가네 이란 석유성 장관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5단계 준공식에 앞서 이지송 현대건설 사장에게 사정조(?)로 한 말이다.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공사는 앞으로 25단계까지 진행된다.
공사 발주금액만도 수백억달러에 달한다.
이렇듯 엄청난 공사의 발주권한을 가진 그가 현대건설에 대해서만큼은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세계 유수의 건설사들이 사우스파 수주에 눈독을 들이고 치열한 로비전까지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의외였다.
지금 이란을 비롯 사우스파 가스전과 인접한 중동국가들은 촌각을 다투는 가스처리시설 건설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우스파에 매장된 엄청난 양의 가스는 먼저 파이프를 꽂아 뽑아쓰는 나라가 임자이기 때문이다.
개발경쟁에서 뒤진 이란 역시 처리시설 건설에 총력을 쏟고 있다.
그러나 사우스파 공사는 이란 정부의 기대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뛰어난 시공능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후조건 등의 악조건을 극복해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그런데 유독 현대건설만이 2,3단계에 이어 4,5단계까지 사상 최단기간(35개월)에 끝내는 쾌거를 이뤘다.
이란 정부가 현대건설을 붙잡아두고 싶어하는 이유다.
현대건설이 이 곳에서 받고 있는 최고의 평가는 저절로 얻어진게 아니다.
현장 근로자들은 사막과 다름없는 현장 옆 막사에서 합숙하고 있다.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 오전 6시부터 하루종일 땀을 흘린다.
유일한 여가생활은 족구 정도다.
다른 외국 건설사들은 감히 엄두도 못 낼 생활이다.
'중동 건설현장에 가보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이야기는 빈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현대건설이 아직까지 최고의 건설명가(名家) 대접을 받고 있는 까닭도 알 수 있었다.
사우스파(이란)=서욱진 건설부동산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