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경기 아직 쌀쌀] 경기부진, 인터넷 탓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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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역 스페이스 나인에서 시계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미(37)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몇 년 전과 달리 물건을 쉽게 사지 않는다”며 “예전엔 아주머니들이 요모조모 따져보는 ‘짠순이 작전’을 폈는데 요새는 신세대들이 더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신세대들의 '심사숙고형 소비 행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터넷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디지털 카메라 공동구매 전문 사이트 디씨인사이드의 박주돈 이사는 "디지털 기기를 중심으로 소비시장의 주력세대인 2030세대들은 인터넷을 통해 상품정보를 충분히 비교검토해 본 다음 구매를 결정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과거엔 젊은세대 소비행태의 특징으로 통했던 충동구매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최순화 연구원도 "인터넷을 통해 비교가능한 상품정보량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신세대들이 구세대들보다 오히려 치밀하게 계산하고 비교하는 '계획소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용산전자상가 등 오프라인 시장은 인터넷에서 정보검색을 통해 구매결정을 하지못한 신세대 네티즌 고객들이 실제 물건을 사기보다는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는 코스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등 정보기술(IT) 품목을 중심으로 신제품 사이클이 빨라지고 있는 것도 소비경기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신촌에서 디지털 가전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주태 사장(46)은 "벽걸이 TV 등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선뜻 사지를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학원생 박현하씨(29)는 "어떤 기능이 내게 제일 필요한지 고민하느라 구매를 자꾸 미루고 있다"며 "DMB폰 서비스가 정식 개통되면 그 때 봐서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짠돌이 구매패턴을 비정규직증가 등 고용불안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안주엽 연구위원은 "평생직장은 옛말이 됐고, 특히 비정규직 등은 현재 직장에서도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니까 소비를 망설이게 마련"이라고 풀이했다.
김현예.이상은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