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접 못받는 무적자 호적 찾아주기 홀로 32년


"혼인신고는 고사하고 의료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는 무적자(無籍者)들이 안타까웠습니다."


25일 제42회 법의 날 행사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정종연씨(65).
그는 32년간 '호적 만들어 주기' 봉사를 실천한 이유를 무적자들에 대한 '안쓰러움' 때문이라고 간단히 설명했다.


무적자는 출생신고 이후 호적 등록 단계에서 행정 착오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로 '정치·사회적 지위'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처음 계기는 지난 84년 여수에서 한쪽 팔이 없는 열살짜리 구두닦이 소년을 만난 뒤부터였다. 정씨는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꼬마가 호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순천지원을 다섯 번이나 오가며 호적을 만들어 줬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후 정씨가 자비로 호적을 찾아준 이들은 무려 6백18명에 달한다. 역 주변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이 대부분이다. 정씨의 선행은 지난 99년 초부터 행정자치부가 전국 무적자 일제 조사 및 취적 지원 사업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6천3백75명의 무호적자가 발굴됐고,이 가운데 이중 호적자ㆍ기소유예자 등을 제외한 2천8백80명이 호적을 얻는 기쁨을 누렸다.


해프닝도 많았다. 이중 호적 브로커로 오해받아 경찰서에 십여차례나 불려다니기도 했고,이중 호적을 만들려는 중국 동포들이 접근해 오기도 했다.


정씨는 요즘 영등포 쪽방촌에 살고 있는 불우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쏟고 있다.
그는 "햇빛도 들지 않는 쪽방에 사는 아이들이 5백명이 넘지만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안 돼 있다"며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