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신화' 이번엔 깨질까] 재건축 백지화 카드에 비리수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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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건축안전진단 직권조사에 이어 재건축 자체를 원천무효로 되돌릴 수 있는 ‘관리처분계획 직권취소’카드까지 꺼내들었다.이번 조치는 정부가 고(高)분양가를 잡기위한 단기처방을 뛰어넘어 재건축 시장 질서 자체를 바로 잡기위해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어 서울 강남권 등 재건축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련의 조치로 재건축조합이나 투자자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재건축시장이 장기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전방위적 압박이 단기효과는 거둘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강남권의 기존 집값 상승 및 향후 수급불균형에 따른 집값 불안이 더욱 증폭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관리처분 취소카드 왜 꺼냈나
서종대 건설교통부 주택국장은 관리처분 직권취소 방침에 대해 "고분양가를 잡기 위한 일시적 처방이 아니다"며 "재건축관련 법질서를 확립하고 잘못된 관행으로 인한 집값불안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대수술을 통해 재건축 시장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시.군.구청이 인가한 관리처분계획을 정부가 직권취소할 경우 재건축사업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관리처분계획이란 재건축.재개발단지 안에 있는 토지나 건물 지상권 등 조합원들의 권리를 배분하고,일반분양분이나 상가 등에 대한 판매(처분)방안 등을 담은 계획을 말한다.
안전진단이 재건축사업의 '첫단추'라면 관리처분계획은 일반분양 및 착공 전에 결정되는 '마지막 단추'인 셈이다.
따라서 관리처분계획이 취소될 경우 조합원들의 권리배분이나 일반분양 일정,임대아파트 의무건립 여부 등 변수가 워낙 많아 재건축 조합원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기존 수단 모두 동원
최근 재건축시장을 둘러싼 정부 당국의 움직임은 한마디로 재건축 비리근절과 투기억제를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드는 이른바 '총동원령'을 내리는 듯한 모습이다.건교부가 재건축 조사대상을 중층단지로까지 확대키로 한데 이어 경찰청도 이날 재건축 비리수사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는 등 관련당국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재건축 시장 '빙하기' 맞나
정부의 이같은 전방위 압박으로 재건축 시장은 앞으로 상당기간 위축될 전망이다.
특히 현재 안전진단을 추진 중인 사업초기단계의 아파트는 물론 조만간 분양을 목전에 두고 있는 단지까지 모든 재건축단지가 정부의 감시대상에 오르게 됨에 따라 재건축조합이나 시공사 ,조합원 등 이해당사자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최근 재건축 아파트값 불안이 상당부분 초고층이나 규제완화 등에 대한 '기대감 확산'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시장참여자들의 심리적 충격은 의외로 오랜 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부작용도 우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남 때리기' 집중포화가 결국 공급위축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 때문에 강남 집값이 불안한 점을 감안할 때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이번 조치로 주상복합 등 강남권의 기존 아파트값이 상대적 반사이익을 보며 가격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과 같은 정책기조로 강남 재건축을 옥죌 경우 향후 2~3년 뒤 수급불균형에 따른 가격불안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