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체계 개편] '생애 평균소득 70%' 보장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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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열린 사회문화정책관계 장관 회의에서는 국민연금-특수직역 연금간 연계,공·사연금의 다층 연금체계 구축을 포함한 공적 연금 개혁방안이 집중 논의됐다.고령화가 하루가 다르게 진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 국민연금 제도만으로는 노후 보장이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연금을 안정적으로 지속시키기 위해 연금 재정안정을 서두르는 한편,전면적인 체제 개편이 시급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국민연금을 노후를 유지하는 기본축으로 삼되 올 연말 도입될 퇴직연금과 민간 보험사 개인연금 등의 사적 연금을 활성화한다는 게 골자다.
정부가 사적 연금시장 활성화에 의견을 모은 만큼 기업(퇴직)연금 투자규제 완화와 개인연금에 대한 세제 혜택 같은 제반 환경 정비에 대한 정부 내 논의도 뒤따를 전망이다.
○공적연금간 연계 본격화된다
정부는 이날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과 국민연금의 가입기간을 합산해 20년만 되면 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는 다른 쪽으로 직장을 옮길 때 연금이 연계되지 않아 다른 연금에 새로 가입해야 한다.
가입기간 단절에 따른 불이익이 생기는 것.지난해 철도청을 민영화하려 할 때 노동조합이 반발한 것도 연금을 받을 수 없거나 연금액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부가 개방형 임용제를 확대하는 등 민간부문-정부부문 간 이동이 많아져 신분이 바뀌는 경우가 빈발하는 것도 연금간 연계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국방품질관리소 전 직원,국방과학연구원 일부 직원의 경우 내년 1월부터 방위사업청으로 이관되면서 민간인에서 공무원 신분으로 바뀌게 된다.
연금연계에 대한 세부안은 고령화·미래사회위원회가 마련하고 있다.
현재로는 양쪽 연금 가입기간을 합산하되 기여한 만큼 각각의 재정에서 연금을 지급하는 '연결 통산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특수직 연금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신을 감안한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정부가 재정안정을 위해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한다면서 혜택은 훨씬 많고 재정이 취약한 공무원연금의 개혁은 방치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과제 산적한 3층 연금체계
다층 연금체계란 한마디로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합쳐서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체계다.
국민연금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정도로 지급액을 줄이고,그 위에 기업연금을 얹고,또 그 위에 개인연금,개인저축 등을 얹는 것.이날 국민연금연구원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소득의 15~ 16%(현재 9%)까지 인상하되,60세 이후 지급하는 연금은 평균소득의 50%(현재는 60%)로 줄이는 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올 연말부터 도입될 퇴직연금으로 소득의 20% 정도를 메워줘 결과적으로 전체 받는 연금이 생애 평균 소득의 70% 정도가 된다.
퇴직연금은 기존 퇴직금을 연금으로 전환하는 제도.일정한 연금액을 보장받는 확정급여형(DB)과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수익에 따라 연금액이 달라지는 확정기여형(DC)이 도입된다.
자영업자들은 퇴직연금 대신 개인연금으로 대체하게 된다.
영국 네덜란드 등도 공적연금 보장액을 줄이는 방향으로 공·사연금 제도를 개선했다.
영국의 경우 공적연금액을 소득의 25% 수준에서 2008년부터 20%로 낮춘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로 짜여진 국민연금 제도가 지속될 경우 2036년께면 적립금이 적자로 전환되고 2047년에는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생계곤란 등의 이유로 연금 보험료를 내지 못해 납부 예외가 된 사람이 2004년 현재 전체 가입자의 28%에 달해 '국민연금'이라는 취지가 무색한 형편이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3층 연금 체계가 제자리를 잡으려면 △퇴직연금 지급보장제도 △기업 파산에 대비한 외부적립제도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 세제 지원 △운용 제도 뒷받침 등 사적 연금 활성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