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결혼과 수명

결혼은 미친 짓인가 아닌가. 답은 물론 없다. 수많은 정의가 있을 뿐. '결혼은 새장같은 것이다. 밖에 있는 새는 들어오려 하고, 안의 새는 나가려 몸부림치는'(몽테뉴), '결혼은 어떤 나침반도 항로를 발견한 적 없는 거친 바다다'(하이네),'결혼 전엔 눈을 크게 떠라. 하고 나면 한쪽 눈을 감아라.'(토머스 풀러) 아예 하지 말라는 말은 찾기 힘든 반면 하라는 조언은 있다. '결혼은 개인을 고독에서 구하며, 가정과 자식을 줘 안정시킨다'(시몬 드 보부아르) 같은 것이다. 그런데도 세상이 바뀐 탓인가. 때 되면 결혼해 자식 낳고 사는 게 당연한 줄 알던 건 옛 일, 결혼과 출산이 필수 아닌 선택이 돼가는 경향이 짙다. 평균 초혼연령이 남자 30.6세, 여자 27.5세(통계청의 '2004 혼인·이혼 통계')인가 하면, 미혼여성의 32.5%가 결혼과 직장 중 택일해야 한다면 결혼을 포기하겠다고 한다는 마당이다. 남자의 경우 30대 중반 20%가 미혼이니 서른서너살도 노총각 축에 못들고 여성 역시 서른을 가볍게 넘긴다. 결혼이 늦으니 출산도 늦어 30세 이상 산모가 64%에 이른다고 한다. 한 집에서 둘은커녕 한 명도 낳기 힘든 게 우연이 아닌 셈이다. 결혼이 늦는 이유는 대동소이하다. 남녀 모두 마땅한 사람이 없다는 것과 경제적 여건 미비다. 혼자 살기도 벅차고 바쁘니 결혼할 엄두를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래 살려면 결혼하는 게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울산대 강영호 교수와 보건사회연구원 김혜련 박사팀이 조사했더니 30세 이상 미혼자의 사망확률은 같은 연령의 기혼자보다 6배나 높고, 사별 이혼 별거중인 경우보다도 3배가 높다는 보고다. 영양 불균형과 불규칙한 수면, 과다한 흡연 음주 등이 이유인 듯하지만 알고 보면 혼자 사는 것 자체가 소득이 적고 생활이 불규칙한 까닭이라고도 한다. 경제 사회적인 요인이 결혼을 막고 수명도 줄인다는 얘기다. 맞을 지 모른다. 하지만 '혼자 쓰면 모자라도 둘이 쓰면 남는 게 가계의 비밀'이라는 말도 있다. 처음부터 완벽하기를 바라기보다 부족한 가운데 채워갈 수도 있는 게 결혼생활이라고 한다면 너무 고루한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