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공청회만 골백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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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공청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4월 임시국회에 오른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수차례 '논의'한 끝에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집중 논의'할 특위를 구성하고 다음달 말 공청회를 연 뒤 6월로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개정안이 상정된 것은 2003년 16대 국회에 이어 지난해 6월 17대 개원국회,이달 임시국회까지 모두 세 번째다. 그 이전은 차치하고 작년 6월 이후 정치권이 공식 주최한 공청회 토론회만 6차례다. 정부 시민단체 학계가 주최한 것까지 합치면 국민연금 관련 토론마당이 어림잡아 1백차례 가까이 열렸다.
공청회 토론회가 무슨 죄랴. 문제는 공청회의 무결실이다. 비슷한 얼굴들이 어제 공청회나 오늘 공청회나 같은 주장으로 맞선다. 그 숱한 공청회를 거치고도 국민연금의 미래에 대해선 한치의 진전이 없는 상태다. 여야간 입장차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당정간 이견도 좁혀지지 않은 채 제자리를 맴돈다.
사실 '표'를 고려해야 하는 정치권으로서는 말 많은 연금법을 나서서 손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안이 '정답'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나라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다. 내 아들 딸 손자 손녀의 등골이 빠지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다. 재정안정화를 꾀하든,제도의 골격을 바꾸든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금제도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기 위한 차근차근한 진전이다.
중국의 명장 장예모 감독의 영화 '영웅'에는 인상깊은 장면이 있다. 춘추전국시대 중국 대륙 평정을 꿈꾸는 진나라 왕을 암살하려던 천하 자객이 마지막 순간 왕의 목을 겨눴던 칼끝을 떨군다. '천하(天下)'라는 '대의(大義)'를 위해서였다.
특위나 공청회에 우선해 절실한 것은 '대의'를 위한 초당적 결단일 터다.
부디 다음 공청회는 크건 작건 '분명한 개선'을 위한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국민연금법이 3년째 표류하는 가운데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김혜수 경제부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