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분기 GDP 3.1% 성장 .. 2년만에 최저수준

미국의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미국 경제가 사실상 ‘소프트 패치’에 놓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최근 소비·고용 등의 지표가 예상치를 훨씬 밑돌면서 경기 회복기 중 일시적인 둔화를 의미하는 소프트 패치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중국 위안화 절상 압력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 1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9.5%(전년 동기 대비)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만큼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수지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 통상 쪽에서도 압력을 강화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올 1분기 성장률 3.1%는 월가 애널리스트의 예상 범위(3.4∼3.8%)를 크게 밑돌 뿐 아니라,국제통화기금(IMF)의 올 연간 성장률 전망치(3.6%)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1분기에는 4.5%,4분기에는 3.8% 성장률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말을 인용,“미국 경제가 고유가 등으로 소비 투자 수출 등 전 부문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고 분석했다. ◆소비·투자·수출 모두‘옆걸음’ 미 상무부는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서부텍사스산중질유 기준)를 웃도는 상황에서 미국인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소비지출이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소비지출 둔화는 경제의 원동력 자체가 약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미국인의 소비가 연간 7백억달러 감소하고,연간 경제 성장률이 0.3%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유가는 기업투자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투자 증가율은 4.7%에 그쳐 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투자 증가율(14.5%)을 훨씬 밑도는 수치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 예고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미국의 1분기 경제 성장률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미국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7차례에 걸쳐 연방기금 금리를 연 1%에서 2.75%로 인상했지만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적자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RBS 그리니치 캐피탈의 스티브 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보통 기준금리를 올리면 소비가 줄어 수입과 무역적자가 감소해야 하는데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치로 불어나고 있다”며 “금리를 올리지 않았으면 무역적자 규모는 더 커졌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플레 우려는 지속 경제 둔화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압력이 꾸준히 높아지면서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인플레 평가의 척도가 되는 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 3월 0.6% 치솟았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의 소프트 패치에 빠졌다는 분석에도 불구,오는 5월 3일 열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당초 예상대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망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