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일자) 원자력 발전에 다시 눈돌리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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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얼마전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다시 추진하는 등의 고유가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되면 1973년 이후 원자력발전소 신설을 한건도 허용하지 않았던 미국의 에너지 정책은 30여년 만에 큰 변화를 맞게 되는 의미가 있다. 유사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 국가들에 던지는 교훈이 실로 적지 않을 것같다.
미국이 고유가 대책을 서두르고 있는 배경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고유가를 이대로 방치해선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고유가 대책의 현실적 대안으로 미국이 다시 원자력발전소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환경문제 등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소 등 신에너지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대중화에 이르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때문에 원자력 발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환경보호나 안전성 등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스웨덴도 대안이 없는 한 원자력 발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상황은 걱정되는 점이 한둘이 아니다. 고유가 상황에서 원전이 재조명받기는커녕 '원전 때리기' 분위기는 여전하기만 하다. 또 원전 덕에 에너지를 저렴한 가격에 사용하고 있음에도 정작 그 부산물인 원전수거물의 처리장(방폐장)에 대해선 거부 정서가 팽배하다. 그 바람에 우리나라는 20여년 동안 방폐장 부지 하나 선정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물론 정부가 원전 등 에너지 정책과 관련하여 그동안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반성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정부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와 국민 모두 에너지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정말 새로이 하지 않으면 안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