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 주범은 '환율'

'환율쇼크 만만치않네...'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속속 드러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실적 악화의 주범으론 미달러화 대비 올초 1천35원에서 1천원선 밑으로 내려간 환율이 지목된다.여기에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이 임박,환율하락(원화강세) 추세가 이어져 2분기 실적도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크게 둔화돼 글로벌 유동성이 더 위축될 것이란 우려마저 겹쳐지면서 국내 증시가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이다. ○환율,실적 악화 주범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원화환율 하락이 기업 실적에 미친 영향력은 전문가들의 예상치보다 훨씬 컸던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29일 1분기 실적을 내놓은 기아차도 그랬다. 기아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동기보다 89.3% 급감한 1백59억원에 그쳤다. 기아차는 특히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매출이 3천6백억원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날 현대차도 환율 영향으로 매출이 1분기에 4천7백억원 감소되는 등 실적이 부진했다고 발표했다. 정보기술(IT) 조선주 등도 환율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달 중순 삼성전자가 시장의 기대치를 밑돈 2조1천5백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놓은 것을 비롯 LG필립스LCD 대우조선해양 등이 1분기 영업실적 적자를 낸 것도 모두 환율 쇼크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은행 내수 소재주 등을 제외하고 IT 자동차 조선 화학 등 경기민감주는 환율 하락의 영향력이 시장의 예측치보다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환율하락 추세가 워낙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국내 기업들이 가격인상 등을 통해 대응할 시간과 여지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환율 요인을 감안할 경우 1분기 실적을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만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GM같은 경우 환율 요인이 작용하지 않았음에도 1분기 판매량이 감소해 실적이 나빴다"며 "이와 달리 국내 자동차업체는 환율요인을 빼고 나면 영업자체가 부진했던 것은 아니고 경쟁력도 나빠졌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긴 호흡으로 우량주 분할매수 바람직 1분기 실적부진 외에도 해외악재가 최근 다시 급부상하고 있어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전날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3.1%로 집계돼 사실상 소프트패치(경기 회복국면 중 일시적 둔화)에 빠졌다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오현석 연구위원은 "내달 지수는 일시적이나마 890선,기관의 손절매 출회 등 최악의 경우 850선까지 급락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한진 피데스증권 전무는 "증시는 향후 6개월동안 큰폭 반등을 하지 못한 채 860~950선의 박스권에 갇혀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주가수익비율(PER)이 낮고 자산가치가 높은 방어적 주식 위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준연 B&F투자자문 상무는 "1분기 실적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내수가 분명 호전되기 시작했고 국내 기업들이 단가인상 등을 통해 환율 하락분을 점차 상쇄시킬 것"이라며 "주가가 조정받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적극적으로 자동차 IT 등 수출주를 사야 할 때"라고 권고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