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씨 북극점 도달 .. 세계 첫 산악그랜드슬램

세계적인 산악인 박영석씨(42)가 북극점에 도달하면서 산악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산악그랜드슬램이란 지구 3극점 도달,히말라야 14좌 완등,7대륙 최고봉 완등을 모두 이루는 것으로 세계 최초 기록이다.

탐험 대장 박씨를 비롯한 네 명(홍성택·오희준·정찬일씨)으로 구성된 원정대는 1일 오전 4시45분(이하 한국시간) 북극점을 밟는 데 성공한 뒤 이 사실을 위성전화로 알려왔다.


박씨는 "북위 90도를 정확히 밟았다"며 "그동안 성원을 보내준 국민들에게 감사하고 북극점 도달,그랜드슬램 달성 소식이 모두가 힘 내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9일 워드헌트를 떠나 본격적으로 두 발에 의지해 탐험 길에 나선 지 54일 만이다.

잠을 줄이고 발걸음을 재촉해 예정보다 6일 정도 앞당겼다.


워드헌트에서 북극점까지의 거리는 7백75km.그러나 실제 걸은 거리는 세 배에 가깝다.


리드(얼음이 갈라져 바닷물이 드러난 곳),난빙대(얼음산),크레바스(빙하지대의 갈라진 틈) 등을 피하다 보니 2천km 정도에 걸쳐 발자국을 남겼다.

원정대는 그동안 영하 40∼50도의 강추위와 눈보라를 동반한 강풍인 블리자드 속에서 한걸음 한걸음 무거운 발을 내디뎠다.


맨몸으로 걸어간 것도 아니다.


각자 1백kg의 썰매를 짊어지고 설원을 가로질렀다.

극지 중의 극지를 탐험하다 보니 몸 상태가 정상일리 만무했다.


대원 대부분은 얼굴과 손 발 등에 동상을 입으면서 강행군을 해왔다.


박씨는 허벅지에 동상을 입고 홍성택씨는 발목에 피로골절 증세를 보였다.


정찬일씨는 동상으로 코에 물집이 잡혔다.


특히 박씨와 홍성택씨는 설맹 증세로 악전고투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탐험 막바지에 기온이 높아져 동상 증세가 악화되지 않아 끝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원정 길에서 갑자기 리드에 빠진 것도 부지기수.얼음바다에 빠지는 것만으로도 생명이 위험한 데다 젖은 옷을 말리자면 꼬박 하루를 움직이지 못하고 텐트 안에 묶여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얼음이 이동하는 북극의 특성상 전진해도 뒤로 밀리는 일도 겪었다.


북극점 방향과 반대편인 남쪽으로 얼음이 움직여 다람쥐 쳇바퀴 돈 격이다.


박씨가 북극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3년 2월 북극 도전에 나섰지만 4월 말에 악천후와 부상 등의 이유로 원정길 절반 정도를 남겨두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때의 경험을 교훈 삼아 박씨는 이번 원정에 옷과 신발을 직접 디자인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고,결국 2년 전 아픈 기억을 딛고 북극점 도달에 성공했다.


한편 박씨는 북극점에서 비행기를 통해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뒤 오는 12일께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