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2008대입 '논술비중 확대' 여파] 연.고대도 논술형 본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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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등학교 1학년생이 치르게 될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는 내신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보다 논술형 본고사와 면접구술 등 대학별 고사 성적이 당락을 좌우할 전망이다.
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시부터 수능성적은 지원자격 조건으로만 활용하고 내신비중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논술고사를 최고 40%까지 반영키로 하면서 고려대와 연세대 등 다른 상위권 대학도 이를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학들의 계획은 2008학년도 입시부터 현재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내신의 실질반영 비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방침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정부와 대학 간의 갈등이 예상된다.
○논술형 본고사 확대될 듯=서울대 이종섭 입학관리본부장은 지난달 29일 "2008학년도 입시부터 수능시험을 자격고사로 전환하고 논술형 본고사 비중을 크게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행 정시 모집에서의 △내신 40% △수능 40% △면접.논술 20%의 반영 비율은 2008학년도에는 △내신 40% △면접.논술 60%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 본부장은 "논술형 본고사 비중은 고교 내신 3등급 정도의 차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내신 1 대 논술 3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내신 실질 반영비율은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대의 경우 내신 실질 반영비율은 7~8%에 불과하다.
다른 대학들도 이같이 논술형 본고사를 도입, 논술 비중을 높일 방침이다. 고려대 김인묵 입학처장은 "수능과 내신에서 동일한 등급의 학생이 몇만명에 이르기 때문에 학생 능력을 구분하기 힘들다"며 "어떻게 내신만으로 학생을 평가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연세대 박진배 입학관리처장도 "서울대가 논술을 대폭 강화한다는 것을 예측하기는 했으나 이렇게 빨리 시행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서울대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논술이 '사실상 본고사'=2008학년도 입시에서는 학생부와 수능성적이 9등급으로만 분류되기 때문에 두 요소의 변별력이 지금보다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대학들이 학생 실력을 정확하게 반영,선발하기 위해 교육부가 금지하고 있는 본고사(국·영·수 위주의 지필고사) 범위를 넘나들며 서술형 및 수리논술,영어 심층면접 등으로 '사실상' 본고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 서울대는 2008년부터는 언어논술과 수리논술 시험을 논술 필수로 채택하면서 계열별로 선택논술을 치를 것으로 알려졌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최근의 면접.구술고사 문제는 영어와 수학 등 교과목별 성격으로 바뀌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본고사 불허방침 재천명=서울대의 논술형 본고사가 사실상 '본고사 부활'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교육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서울대가 본고사를 실시할 경우 정부의 '3불(三不)정책'(기여입학제ㆍ고교등급제ㆍ본고사 금지)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영.수 위주의 지필고사 등 본고사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며 "서울대측의 세부 입시안이 오는 9월 발표되면 예시 문제를 심도있게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의 방침이 발표되자 학교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서울 강북에 사는 D고 1학년 최모군(16)은 "교육부가 2008학년부터는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서 믿고 있었는데 서울대가 본고사 방침을 발표하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본고사 준비를 하려면 학원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들이 외국어고에 다닌다는 윤모씨(50·경기 과천)는 "내신 위주 전형 도입으로 최근 중간고사기간에 애들이 자살하는 등 부작용이 많은 상황에서 대학별 본고사로 실력을 제대로 측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