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임대료 급등] 시장수급 아닌 '머니게임' 변질

장기불황 속에서도 상가임대료 등 부동산 값은 턱없이 치솟는 까닭은 무엇일까. 부동산임대료의 이상폭등으로 인해 문을 닫거나 변두리로 이사하는 업소들이 속출하고 있어 부동산이 소비산업 전반의 경기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경기 안 좋은데 상가 임대료는 왜 오르나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속된 저금리추세로 인해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들이 부동산에 몰리면서 부동산시장이 '머니게임의 장'으로 변질된 결과 상가는 임대수요 등 시장의 경기 및 수급논리와 상관없이 분양가격이 폭등하게 되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또 명퇴 사오정세대의 조기은퇴 등이 속출하면서 노하우가 없이도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부동산 임대투자에 대거 몰리면서 서울 등 대도시의 상가 아파트 등 수익성 임대 부동산 가격을 세게 밀어올렸다. 편의점 체인 훼미리마트의 관계자는 "남양주 김포 등 수도권 지역의 상반기 입주 아파트단지 상가의 출점 가능성을 조사해본 결과 상업적인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고 상가를 사들인 부동산 투자자들이 터무니없이 높은 임대료를 부르는 바람에 하나같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건물주와 세입자,서로 셈법 달라 불황인데도 상가 등 부동산 임대료만 '나홀로 폭등'을 지속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건물주(부동산투자자)와 전세세입자 간의 셈법이 과거엔 상통했었지만 최근 몇년새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GS25 편의점 본부 관계자도 "상가에 돈이 몰리자 분양회사들이 공개경쟁입찰방식 등으로 분양가를 부추긴 결과 아파트 단지 내 작은 상가의 분양가격이 10억원대를 돌파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런 가격엔 어떤 장사를 해도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부동산 투자자들은 장사 여건은 생각하지 않고 투자자금의 이자를 따져서 보통 월 1~1.5부,많게는 2부까지 적용해서 임대료를 부른다"면서 "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세입자나 신규창업자들의 매출전망이 어둡기 마련이고 결과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계산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구조적인 문제도 '한몫' 연세대 경제학과 유병삼 교수는 "상가임대료는 수급여건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상가임대시장의 수요자인 세입자 입장에서 도저히 '답이 안나오는' 수준으로 임대료가 형성된다면 이는 '독점적 요소'가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흔히 A급 입지라 불리는 명동이나 코엑스몰과 같은 곳에서 몇년 사이에 임대료가 2~3배씩 뛰어오르는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소비위축과 가게폐업 악순환 시작되나 삼성경제연구소 최숙희 수석연구원은 "3~4년 전 아파트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자 도시거주 중산층들은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두려 했다"면서 "지금은 이를 서서히 갚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부동산시장의 이상비대화가 다른 소비시장의 경기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 즉 고소득층까지도 집을 사느라 빌린 돈을 갚는 데 온힘을 쏟기 때문에 소비시장에 쉽게 불이 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기현·안정락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