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5월

'…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떨기 속에서는 새의 지저귐/넘쳐 터지는 가슴의 기쁨/대지여, 태양이여/행복이여,환희여/사랑이여,사랑이여/저 산과 산에 걸린 아침 구름과 같은/금빛 아름다움/그 기막힌 은혜는 신선한 들에 꽃 위에 넘친다.'(괴테 '5월의 노래'중에서) 괴테의 시가 아니어도 5월은 실로 아름답다. 온 천지에 라일락과 아카시아 향기 진동하고,햇빛에 반짝이는 신록의 잎사귀들은 바라만 봐도 눈이 부시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뿜어내는 생명력으로 하늘과 땅 가득 밝고 환한 기운이 넘친다. 정말이지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이 조금도 과하지 않다. 눈부시게 화사한 날들이 이어지는 철이어서인가. '가정의 달' 5월엔 유독 챙겨야 할 날들이 많다. 어린이날(5일),어버이날(8일),스승의 날(15일),성년의 날(16일)까지. '5월의 신부'가 많으니 결혼기념일도 많다. 무슨무슨 '날'이 이어지는 만큼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선 온갖 이벤트로 고객을 유인한다. 날이라고 해야 1년에 한번이고,가족과 가까운 누군가를 기억하는 건 뜻깊은 일이지만 한꺼번에 몰려있다 보니 마음이 무거운 이들도 적지 않다. 수입은 빤한데 쓸 곳은 많은 까닭이다. '마음이 중요하지 물질이 무슨?' 할지 모르지만 살다 보면 그렇지 않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금전적 부담뿐이랴. 나가봤자 교통 지옥에 사람 구경만 하게 돼도 어린이날엔 어디론가 나들이를 해야 하고,어버이날엔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마음이 놓인다. 성년을 맞는 자녀에게도 신경이 쓰이고,스승의 날 또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자칫 무심코 넘어갔다간 5월이 '화목의 달'이 아니라 '갈등의 달'이 될 판이다. 오죽하면 이땅 보통사람들에겐 4월이 아니라 5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말까지 나올까. 그러나 챙겨야 될 날이 많다는 건 평상시 무심한 날들이 많다는 방증도 된다. 평소 자녀와 배우자에겐 마음이 어둡거나 상처받은 일은 없는지 살피고 화가 나도 막말 하지 말고 어깨를 다독이며,부모님껜 자주 안부전화라도 드리면 기념일 하루 덜 챙겼다고 심사가 뒤틀리거나 부아가 치미는 일은 덜할 게 틀림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