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디자인' 국제 세미나] 자동차 디자인은 '3F'가 핵심


"한국산 자동차는 이제 품질과 가격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글로벌 톱 메이커로 나서기 위해서는 어떻게 브랜드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살릴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하느냐가 관건입니다."


2일 경기도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자동차 디자인 국제 학술 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인 전문업체 경영진은 "현대·기아차는 이미 품질이나 가격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만큼 이제 디자인부문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종서 국민대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 원장=디자인은 이제 전 산업 분야에 걸쳐 핵심 경쟁 요소로 떠올랐다.


제품 성능만큼이나 디자인이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메이커들은 디자인 역량을 키우는 데 혈안이 돼 있다.
○피에로 루이지 카르체라노 회장=현대·기아자동차 등 한국 업체들도 과거에 비해 향상된 디자인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는 기술과 품질 수준은 높지만 브랜드 파워가 아직 낮다.


○존 마크 스톨라 아시아·태평양 회장=한국산 자동차의 디자인은 다소 보수적이다.
자동차 디자인은 'Fast(빨리)''Flexible(유연하게)''Focus(초점을 맞춰)' 등 '3F'가 핵심이다.


한국 업체는 이 가운데 'Fast'부문에서 다소 떨어진다.


4∼5년마다 새 디자인이 나오는데 앞으로는 이를 2∼3년으로 앞당겨야 한다.
○브라이언 존스 이데아 인스티튜트 국제사업개발 디렉터=한국산 자동차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생산해내는 자동차마다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직 명확한 자기 브랜드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박 원장=이는 그동안 한국 업체들이 품질을 확보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


BMW처럼 소형차와 대형차의 외형을 비슷하게 가져갈 경우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얻을 수 있지만 반대급부로 리스크가 생기기 때문이다.


품질이 떨어지는 소형차와 디자인이 똑같은 대형차를 사려는 국내 소비자는 많지 않다.


이제 현대차도 품질을 확보했다고 보고 쏘나타와 그랜저를 비슷한 디자인으로 가져가고 있다.


○길리아 마르코치아 피닌파리나 스타일링 프로그램 매니저=앞으로는 안전 문제가 자동차 디자인의 핵심 고려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유럽차들은 보행자와의 충돌시 충격 완화를 위해 차 앞면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하고 있다.


○마크 회장=환경이나 안전 규제를 단순히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창조적으로 승화시키는 게 자동차 디자이너의 할 일이다.


각종 규제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디자이너는 항상 바쁠 수밖에 없다.


○박 원장=차량 내부를 심플하게 만드는 것도 미래 디자인의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요즘 나오는 차량은 내부에 50개가 넘는 컨트롤 버튼이 있다.


이는 운전자에게 필요 없는 동작을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대부분의 버튼을 차량 속으로 숨기고 꼭 필요한 몇 개 버튼만 외부에 노출시키는 디자인이 될 것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