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자) 공공기관 이전 강제배분은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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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방 이전 대상 1백80여개 공공기관을 대전 충남 제주를 제외한 10개 광역시ㆍ도별로 10~15개씩 패키지로 묶어 집단 이전시킨다는 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복수(複數)의 이전 후보지역을 제시,공공기관들이 스스로 입지를 선택하게 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강제배분이나 다름없는 셈이고 보면 이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부터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공공기관 이전이 정부가 강조하는 지역균형발전에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떤 기관을 어디로 옮길 것인지는 각 공공기관들 고유의 기능과 경영 효율성,민간 기업과의 유기적(有機的) 협력관계,국민경제에의 영향, 이전 대상지역의 인프라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신중하게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하는 매우 복잡한 사안이다. 그런 점에서 공공기관들을 지역별로 한꺼번에 일괄 배정하는 방식은 문제가 많다.
당장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이 이전 희망지역으로 충청 강원권을 우선적으로 꼽은 반면 부산 대구 경남ㆍ북 지역을 원하는 곳은 거의 없는 등 지역간 심한 불균형으로 인해 벌써부터 지자체간 과열경쟁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공공기관들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 걸림돌이다.
이전에 엄청난 재정부담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점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공공기관 이전은 직원과 가족 등 수천명의 생활터전을 옮기는 일이다.
그런 만큼 이전 대상지역의 주거 교육 등 인프라 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채 졸속으로 밀어붙일 일은 더더욱 아니라는 얘기다. 자칫 생활근거지는 서울에 두고 지방을 오가는 불필요한 낭비요인을 키우는 등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기관에 따라서는 모든 업무가 서울에서 이뤄져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도 일률적인 이전만을 고집한다면 오히려 경제적 비효율만 가중시킬 우려도 없지 않다.
따라서 이전을 서두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옮겨갈 기관과 이전 대상지역의 연계성에 초점을 맞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산ㆍ학ㆍ연(産ㆍ學ㆍ硏)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이전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고 지역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관련 민간기업들이 몰려들 수 있는 적극적 유인책이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이전 대상지역 결정에 있어 개입될수 있는 정치논리가 아예 발붙일 틈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