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수도원 많이 생길까‥
입력
수정
"해방 후 50년 동안 한국교회가 외면적으로는 성장을 해왔으나 내면적으로는 텅텅 빈,공허한 상태에 빠져 있다."
개신교계에선 드물게 지난 79년 은성수도원을 설립해 영성 회복을 주창해온 엄두섭 목사(86)의 지적이다.
양적 성장에 치중한 나머지 내면의 영성을 너무나 소홀히 해왔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개신교계의 소장 목회자 모임인 '미래목회포럼'(회장 이성희 목사ㆍ연동교회)이 수도원 운동의 불씨를 지피고 나섰다.
오는 12일 서울 도렴동 종교교회(담임목사 최이우)에서 '수도원적 영성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여는 공개강좌는 그 첫 작업이다.
이날 강좌에는 천주교계의 영성신학 권위자인 서강대 수도자대학원 교수인 심종혁 신부와 영락교회 담임목사를 지낸 임영수 목사가 강사로 나서 각각 '수도생활의 역사적 전통과 영성''목회자의 영성과 영성관리'를 주제로 강의한다.
개신교 수도원이 현재로선 역사가 짧고 숫자도 많지 않은 만큼 수도원 전통을 면면히 이어온 가톨릭에서 영성 수련의 방법을 배우겠다는 취지다.
개신교 수도원은 대천덕 신부가 지난 65년 세운 예수원(태백),65년 역사의 대한수도원(철원),용문산수도원(양평),지난 80년 설립된 여성수도공동체 한국디아코니아자매회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소장 목회자인 김진 목사가 지난 2001년 만든 개신교 명상 모임 '씨알수도회', 임영수 목사가 2002년 경기도 양평에 개신교 영성공동체 '모새골(모두가 새로워지는 골짜기)'을 세워 운영 중이지만 개신교의 '덩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목사는 "과학ㆍ기술ㆍ지식의 발전에 대한 반작용으로 영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세계 교회의 추세"라며 "한국교회도 나름대로 목회자와 신도들의 영성수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선 영성수련의 방법이 앞선 가톨릭에서 배우되 개신교의 특성을 살린 방법론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며 "종신 수도원보다는 목회자와 평신도가 영성을 재충전할 수 있는 개신교 수도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