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건설현장 누비듯 PC 팔러 다니겠다"‥이재용 레노버 한국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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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가 미국으로 유학갈 때만 해도 PC업계에서 일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유학 시절 IBM 본사에서 인턴으로 일한 인연이 제 평생을 좌우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달 초 미국 IBM의 PC 사업부문을 인수한 중국 최대 PC메이커 레노버의 한국법인장으로 취임해 화제가 된 이재용 사장(52·사진). 그는 "우연한 인연이 오늘날의 나를 만들었다"며 이력을 소개했다.
원래 땀 냄새가 푹푹 나는 업종을 좋아한 그는 1979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첫 직장으로 현대건설을 선택했다.
혈기왕성한 젊은 패기와 땀이 어우러지는 건설 업종이야말로 일다운 일이라는 신념대로 그는 중동 '건설경기'가 한창이던 시절 사우디아라비아의 거친 현장에서 2년간 열심히 일했다. 그런 그가 '바람'이 든 것은 중동 근무 뒤 떠난 미국 유학에서였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국제경영학 석사과정을 이수하던 중 우연히 IBM 뉴욕 본사에 인턴으로 채용돼 6개월간 일했다.
이 사장은 "당시 인턴 신분으로 IBM 본사 재무기획부에서 정규직 업무를 맡으면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쌓았다"며 "이듬해인 84년 학위를 따고 귀국해 바로 한국IBM에 입사한 것은 운명"이라며 웃었다.
철강회사에도 근무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한 이 사장은 "무슨 일을 하든 '열정과 비전'이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살아온 게 자산"이었다며 "지금은 한국레노버가 3~4년 내에 매출 5천억원대의 국내 3위 PC메이커로 성장하도록 만드는 게 꿈"이라고 강조했다.
레노버는 최근 인수작업을 완료한 IBM의 PC 브랜드를 당분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