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큰 손 군인공제회] (1) 만화에서 반도체까지


지난 4월13일 김현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경제안보팀)은 서울 도곡동 군인공제회 빌딩을 찾아갔다.


뛰어난 실적을 올리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를 초청,경영철학과 비전을 들어보는 대담 프로그램인 '한국의 CEO'를 제작하기위해서였다.
이 연구소가 연중 기획 중인 이날 대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김승광 군인공제회 이사장이었다.


이보다 일주일 앞선 6일에는 영국 로이터통신도 김 이사장을 인터뷰했다.


'해외펀드의 대항마로서 토종기업 지킴이'로 자처하고 나선 군인공제회의 올해 투자전략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군인공제회가 국내외 언론과 경제연구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국내 M&A(인수합병)시장의 큰 손으로서 혁혁한 전과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규모 4조7천억원에 연간 3조원 가량의 운영자금을 무기로 1987년 덕평 컨트리클럽을 시작으로 최근 STX에너지에 이르기까지 8개 기업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실제 3성 장군 출신인 김 이사장은 "비윤리적 사업을 빼고 적정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만 서면 모두가 투자 대상"이라며 "기업 인수 시 한번에 1조원은 동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하이닉스반도체 대우건설 현대건설 대우인터내셔널 우리금융 등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 등의 인수도 적극 추진하는 등 공세적으로 나가고 있다.


"투기적인 외국계펀드에 맞서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지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군인공제회가 국내 M&A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것은 2003년 6월. 공제회는 2천5백억원을 투자,금호타이어 지분 50%를 사들였다.
당시 시장에선 "군인들이 타이어회사를 집어삼켰다"며 놀라워했다.


JP모건과 칼라일컨소시엄 등 쟁쟁한 외국업체를 제치고 당시 이름도 생소했던 군인공제회가 금호타이어를 낚아챘기 때문이었다.


김 이사장은 "당시 운영자금의 10%를 쏟아부어야 할 정도로 리스크가 컸지만 금호가 알짜기업이라는 확신이 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회상했다.


군인공제회는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


2003년 하반기와 2004년에 받은 배당금만 3백80억원이 넘는다.


연 10%가 넘는 수익률이다.


지난 2월 서울과 런던 동시 상장을 통해 전체 보유주식(2천5백만주) 중 7백49만주를 팔아 3백50억원의 상장수익까지 올렸다.


김호윤 군인공제회 기업금융팀 과장은 "향후 주가 상승을 통한 추가 수익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해 초에는 크라운제과 등과 손잡고 해태제과를 인수했다.


지분 32.9%(7백억원)로 크라운제과(35.2%)와 함께 양대 주주가 됐다.


국내 최초 만화 무가지인 데일리줌(Daily Zoom)에도 40억원을 투자해 50.1%의 지분을 갖고 있다.


강신장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군인공제회의 성공요인을 아이러니컬하게도 '아마추어리즘'에서 찾고 있다.


스스로 M&A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아웃소싱을 통해 법률 세무회계 등 관련 전문가들의 도움을 적극 활용한 게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서성문 동원증권 연구원,안수웅 한화증권 연구원 등 대다수 전문가들의 진단도 강 상무와 일치했다.


군인공제회는 올해도 기업M&A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금융사업에 투자할 1조5천억원 중 절반 이상을 국내 기업 지분 참여에 투입할 계획이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