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외교 북핵발언 중립서 강경으로 급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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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정부의 시각이 '중립'에서 '비관'으로 기울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4일 북한에 대해 타당성없는 주장에 매달리고 있다는 식의 공격적인 발언을 내놓는 것에서도 우리 정부의 이러한 기류변화를 읽을 수 있다.
반 장관은 "비타협적이고 비현실적인 주장으로 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고 있다"거나 "북한이 현실을 직시하고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등 북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그의 이날 발언 중 눈에 띄는 것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그동안 미·일 양국의 대북 강경세력들을 중심으로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및 대북 제재 가능성이 흘러나올 때마다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던 지금까지의 입장과는 상당히 다른 뉘앙스다.
최근 들어 부쩍 북한을 겨냥해 파상공세를 강화하는 부시 미 행정부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우리 정부가 언제까지 북한을 위해 '데드라인(협상 복귀시한)'을 연장해줄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현재 중국을 매개로 진행되고 있는 북·미간 간접협상이 별다른 진척이 없고 특히 북한이 '핵무기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않음으로써 미국을 포함한 관련국들의 인내심이 '고갈'되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8일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간 정상회담은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핵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을 통한 북한 설득이 아직까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 정상간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에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다지 머지 않은 시기에 6자회담 재개를 계속 추진할지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 다가올 것으로 본다"는 정부 당국자의 얘기도 같은 맥락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