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지름족

'지름족'이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로 오르는 등 유행이다. 가격이 비싸 아무나 구입하지 못하는 물건을 과감히 '지르게(사게)'된다는 지름족은 디지털카메라 휴대폰 컴퓨터 등 첨단 디지털 기기는 물론 이색 디자인의 아이디어 제품을 스스럼없이 구매한다. 이에 따라 온라인 쇼핑몰의 디지털 중고제품 코너에는 출시된지 몇 달 되지 않은 무늬만 중고인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름만 본다면 지름족은 소비욕구를 절제하지 못하는 경박한 소비계층으로 비쳐진다. 소비경기 회복 과정의 한 현상으로 그저 수많은 '종족'의 하나일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이 디지털 신세대의 '소비코드'를 대변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광고회사 제일기획이 최근 발표한 '시대의 주역 포스트디지털세대(PDG)'란 보고서를 보면 신세대의 '지름성향'을 읽을 수 있다. 16~24세까지 이른바 'PDG'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갖고 싶은 것은 일단 사고 본다"는 응답이 전체의 44.3%에 달했다. 기성세대인 아날로그세대(18%)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지름족은 신제품을 남보다 한발 앞서 구입,유행을 선도하는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의 변종으로 분류된다. 항상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을 최신제품으로 유지하고 싶고,국내 신제품 동향을 비롯해 외국 신제품 정보까지 줄줄이 꿰고 있다는 점에서 얼리 어댑터의 속성을 그대로 닮았다. 다만 제품 자체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자신의 욕구(구매욕)에 충실하려는 측면이 강해 보인다. "지름신이 강림해 어쩔 수 없이 산다"는 게 이들의 구매의 변(辯)이다. 얼리 어댑터는 신제품의 시장 반응계층으로서 신제품의 품질개선으로 이어진다. 지름족이 얼리 어댑터를 이어 '소비미학'을 실천할지,일시적 유행으로 그칠지 두고 볼 일이다. 손성태 생활경제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