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 낙조에 물든 '생태 寶庫'


서산 앞바다는 물이 빠지는 간조 때면 검은색 평원으로 변한다.


해수면 위로 여기저기 떠 있던 섬들은 어느새 광활하게 펼쳐진 갯벌로 한데 연결된다.
바닷물을 기세 좋게 가르며 오가던 배들은 피할 곳을 찾지 못하고 아예 갯바닥에 드러누워 버린다.


어디를 둘러봐도 배들이 머물 만한 여유분의 물은 없다.


마치 바닷속에 숨어 있던 대륙이 일시에 물 밖으로 솟아오른 것 같다.
서산 가로림만의 갯벌과 그곳에서 생산되는 무궁무진한 해산물은 예부터 주민들의 생계를 이어주던 수단이었다.


그러나 외지사람들에게는 더없는 관광거리가 된다.


갯벌에서 마주치는 생명의 경이는 다른 곳에서는 찾기 어려운 즐거움이자 교훈이기 때문이다.
서산 대산읍 웅도는 멀리 태안군 이원반도를 마주하고 있는 아담한 섬이다.


웅크린 곰을 닮았다는 해안선 길이 5km의 섬에는 56가구,16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언뜻 보기에 평범한 섬이지만 물이 빠지면 광활한 갯벌이 나타나 장관을 이룬다.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활짝 열리는 느낌이다.


이 섬의 갯벌에는 해산물이 무척이나 풍부하다.


그래서 이곳에서 해산물을 상업적으로 채취하려면 어촌계에 권리금 명목으로 일정액의 예치금을 내야 할 정도다.


웅도 주민들은 갯벌에서 채취한 바지락을 소달구지로 운반한다.


경운기는 바퀴가 빠지기 때문에 쓸 수 없단다.


또 기계에 소금물이 닿으면 금세 부식되기 때문에 재래식 달구지를 택했다고도 한다.


1970년대 초까지는 캐낸 바지락을 지게로 져서 날랐다.


그러나 바지락 채취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요즘은 섬에서 1km 떨어진 곳까지 나가 작업을 한다.


때문에 사람의 힘만으로는 물때에 맞춰 철수해야 하는 채취작업에 어려움이 많단다.


바지락을 싣고 나오는 달구지의 행렬은 현실적 애환이 담긴 뒷얘기에도 불구하고 색다른 해안 풍경을 연출하며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혹시 갈라진 홍해의 바닥을 수레를 몰고 지났을 출애굽의 장면이 저런 모습은 아니었을까?'


서산=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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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운전을 할 경우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는게 편하다.


서산IC나 해미IC에서 내리면 된다. 웅도까지는 29번 국도를 타고 가다 대산교차로에서 오지리 쪽으로 좌회전해서 들어간다.


웅도리 어랑식품체험장(김종희 사장, 017-420-8898)에선 갯벌에서 바지락·굴 채취와 함께 어리굴젓 담그기 체험을 해볼 수 있다. 1인당 5천원을 내면 1㎏까지 바지락과 굴을 채취해 가져갈 수 있다.


서산의 먹거리로는 밀국낙지가 유명하다. 밀국이란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넣고 만든다는 뜻이지만 특히 밀국낙지는 7월쯤에 잡히는 한 입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로 자란 새끼 낙지를 일컫기도 한다.


웅도 조금 남쪽 중왕리 왕산포구의 우정횟집(041-662-0763)은 박속밀국낙지탕의 원조격으로 꼽힌다.
한여름 말복 이전에 따서 얼려 놓았던 박의 속과 야채를 함께 끓여낸 물에 낙지를 넣은 뒤 나중에 칼국수를 추가해 먹는다.가격은 양에 따라 3만∼5만원선.


여관과 모텔은 서산시내 읍내동과 대산읍에 몰려있다. 읍내동 스카이모텔(041-668-7822)이 비교적 깨끗하다. 1박 3만5천원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