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되돌아보는 포토 에세이 .. '천개의 바람이 되어'


시인 신현림씨의 포토에세이 '천 개의 바람이 되어'(글로세움)는 열두 줄의 시로 퉁기는 가야금 같다.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나는 그곳에 없습니다. 나는 잠들지 않습니다//나는 천의 바람,천의 숨결로 흩날립니다/나는 눈 위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입니다/나는 무르익은 곡식 비추는 햇빛이며/나는 부드러운 가을비입니다….'


1989년 스물네살의 영국군 병사가 폭탄테러로 목숨을 잃었는데 그는 생전에 무슨 일이 생기면 열어 보라며 편지 한 통을 남겼다고 한다.
그 속에 작자 미상의 이 시 '천 개의 바람이 되어'가 들어 있었고 장례식날 아버지는 이를 낭독했다.


이 장면이 BBC방송을 타고 전국에 알려지자 온 나라가 울먹였다.


이후 유명인의 추도식 때마다 읽혀지면서 이 시는 영어권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신씨는 이 시의 한 구절에 아름다운 풍경사진 한 장씩을 끼워 가며 슬픔과 희망의 에세이를 짜넣는다.


떠나간 사람을 추억하고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생과 죽음의 시'를 통해 그는 세상의 바람이 폭풍우만 몰고 오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포근한 미풍으로 우리를 어루만지기도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